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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눈물을 기억하는 일

by 물지우개

엄마,


글을 쓰는 동안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귀여운 내 어린 시절에도 엄마가 있고, 어른이 되어 아이처럼 운 기억에도 엄마가 있어요. 이 글마저도 엄마가 등장하니 엄마는 내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곤란해할지 눈에 선해요.


내 딸에게 내가 보일 때 화가 나요. 어쩔 수 없는 유전자의 힘을 알지만 그래도 원망스러워요. 못난 모습, 모자란 것만 물려주어 미안해요. 엄마는 나를 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나는 얼굴도 엄마를 꼭 닮았잖아요. 당신의 얼굴을 한 딸이 당신처럼 살까 봐 걱정하셨을까요.


지금도 엄마 냄새가 좋아요. 엄마 살이 좋아요. 엄마와 꼭 안을 때 푹신한 엄마 가슴과 엄마 배가 좋아요. 내 딸이 나한테 안기려고 하면 나는 덥고 무겁다고 밀어내는데 엄마는 항상 안아주잖아요. 서로 살이 붙어 숨이 느껴지면 영혼도 통하는 느낌이잖아요. 짧은 순간이지만 뜨거운 엄마의 사랑을 느껴요.


엄마가 내 글에서 엄마를 향한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내 기억 중 날카로운 모서리에는 엄마가 늘 울고 있어요. 엄마는 가난해서 울고, 아빠한테 맞아서 울고, 이혼하고 싶어서 울고, 시집살이가 모질어서 울었어요. 오빠가 아파서 울고, 부모가 죽어서 울고, 내가 커서 울었어요. 무엇보다 엄마가 선택한 삶에 화가 나서 울었어요.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는 엄마 삶에 분노해서 울었어요. 어린 내가 봐도 엄마는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 기억은 왜 쓸데없이 생생한지 엄마의 눈물이 지금도 보여요. 엄마는 울면서 나한테 말했죠. 나처럼 살지 마라. 나는 그 눈물이 지금도 생생해서 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용서하세요. 엄마의 눈물을 기억하는 일이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그때는 엄마 옆에서 우는 일 밖에 할 수 없었고, 지금은 눈물을 기록하는 일밖에 할 수가 없어요.


엄마의 눈물을 기억하는 일이 엄마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엄마로 살아줘서 고마워요. 포기하고 싶어도 자식 때문에 살아내어 감사해요. 내가 그러면 엄마는 엄마로서 당연하다, 너무 부족한 엄마였다고 말하겠지만 아니에요. 엄마로 존재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저도 이제 조금 알거든요. 엄마는 스무 살부터 엄마로 살았으니 자신을 얼마나 자책하고 벗어나고 싶었을지 상상이 안돼요. 그래도 내가 엄마의 역사가 되어 눈물을 기억하니 괜찮죠? 엄마는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겠지만, 내 엄마로 살아온 삶도 나쁘지 않죠?


엄마의 눈물을 곱씹으며 나는 꼭 엄마 같은 나를 만났어요. 어쩔 수 없는 엄마 딸이더라고요. 내 딸은 꼭 나 같더라고요. 내가 울면 결국 나보다 더 많이 우는 딸이더라고요.


엄마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건물 청소가 힘들었죠? 저도 어린이들과 씨름하느라 기운이 빠졌어요. 그래도 내 딸이 “엄마, 나 이제 학교 마치고 집에 가.”라고 발랄한 목소리를 전해주니 힘이 나요. 엄마도 내 글로 고단함을 잠시 잊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엄마처럼 내 딸을 안아줄 거예요. 엄마도 요양병원에 있는 외할머니를 만나 안아주세요. 우리도 만나면 꼭 안아요.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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