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딸기맛 인생은 행복맛
또 이사를 했다. 분명 힘든 일이지만 그전까지 나는 이사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이사는 평소와 달랐다. 날카롭게 튀어나오는 마음을 손바닥으로 통통 두드려 동그랗게 만들어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이번 이사로 나는 길고도 깊게 마음고생을 했고 이사가 다 끝난 지금은 괜찮다고 다 괜찮아진다고 자주 나를 감싼다. 감싸려 한다.
가진 것의 척도는 분명 돈이지만, 또 분명 돈은 아니다. 가진 것이 돈이든, 돈이 아니든 영원하지 않다. 가진 것에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지, 감사하는지가 행복의 관건이다.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지 않더라도 나는 분명 행복할 권리가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내 노동은 돈의 가치를 떠나서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나와 가족의 건강은 억만금의 돈과 바꿀 수 없는 가치이다. 영원하지 않아서 불안하지만 지금 나는 충분히 많이 가졌다. 행복하다.
불편한 일을 또 겪게 될 줄 예감했는지 이사 전 며칠간 잠을 거의 못 잤다. 이사하기에 날이 참 좋았지만 그날 나는 최근 들어 가장 심한 두통을 경험했다. 아이들은 새로운 자기 방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나는 피죽도 한 그릇 못 얻어먹은 듯한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한 당황스러운 일을 그 좋은 이삿날 맞닥뜨리자 나는 당장 쓰러질 듯 괴로웠지만 침착한 남편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렸고 무사히 감당해냈다. 그날의 순간은 행복의 조건을 온몸으로 배운 귀한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아이들이 또 전학을 했다. 학교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기에 ‘전학’이라는 큰 스트레스를 주게 되어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첫 등굣길에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나를 잘 따라왔고 새 학교로 잘 들어가 주었다.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라는 아이의 위로에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아침부터 쏟아내고 말았다(눈물이 그렁그렁하던 나를 선생님이 제발 잊어 주시면 좋겠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이제 계산기를 그만 두드려야 한다. 감히 환산할 수 없고, 결코 환산해서도 안 되는 내가 가진 많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등기필증이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지만 처음 해 본 소유권과 대지권 등기서류를 무사히 제출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분명 신나는 일이다. 셀프등기를 준비하면서 알고 있던 ‘소유권’이라던지 ‘등기부등본’ 같은 용어를 비롯해서 생소한 ‘지상권’, ‘대지권’, ‘대지사용권’, ‘전유 부분’, ‘변경등기’, ‘국민주택채권’ 등 많은 부동산 용어를 알았다. 당분간은 정말로 이사를 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만약 하더라도 이전보다는 더 침착하고 정확하게 준비할 수 있으리라. 이 또한 돈만큼 귀한 내 재산이다.
아이들의 새 담임 선생님을 만나니 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또 깨달았다. 나 역시 우리 반 학부모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자식을 맡긴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내 말 한마디와 행동이 얼마나 무거운지, 내 노동이 얼마나 신성했는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벌이를 떠나서 나는 주어진 내 업이 참으로 귀하고 눈물 나게 감사하다. 좀 더 성장한 선생님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싶다.
“딸기에는 딸기의 맛이 있듯 인생에는 행복의 맛이 있다.”
알랭이 행복론에서 남긴 사랑스러운 말이다. 문득 우울해지더라도 그 또한 행복한 인생 맛의 일부.
잠 깬 아이가 부른다. 얼른 달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