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터커리어 May 08. 2024

새물건과 도파민

갈아치울 물건 말고 두고두고 볼 물건 찾아 나서기


내 집을 갖게 되며 집을 채울 물건을 구매하며

도파민에 절여져 살았다.

새 물건을 구매하면 도파민이 나온다고

어느 뇌과학자의 영상에서 봤다.

그것도  산다고 맘먹을 때, 구매할 때, 택배 받을 때

세 번이나 나온다고 했었나..

아무튼..

저녁준비를 하며 주방에서 칼질을 하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새물건을 사면 도파민이 나오지만

정작 물건을 받으면

그런 설렘은 사라지고,

다시 새물건을 찾게 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뒤돌아 거실 쪽을 둘러봤다.

그러다 하던 설거지도 멈추고

거실 소파에 앉아

거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내 집을 갖게 되면 하던 다짐들

필요에 의해서만 사는 물건은

내 집에 들이지 않겠다던 다짐

이 다짐을 지켜내는 건 돈이 꽤 드는 일이었다.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마다

용도에 맞기만 한 물건은

가격은 맞지만 내 맘에 안 들었고,

그럭저럭 괜찮은 물건은

꽤 비싸고,

아 이거다 싶은 건

정말 비쌌다.

이 사이에서 고민은 매번 반복되었다.

그래도 일생 몇 번 되지도 않을 가장 큰 지름(집사기)을 한 마당에

나의 다짐을 무너뜨릴 순 없지.

여러 노력으로 원하는 물건들로 채워진 우리 집


거실을 감상하며

나는 최선을 다해 나의 다짐을 지켰고,

지금도 무언갈 하다 문득 멍하니 나의 물건들을 바라본다.

임스스토리지의 선명한 레드와 쇠 프레임의 반짝임을 바라보고

임스 라운지체어의 둥근 뒤태를 보며 귀여워한다.

각진 프로악 스피커의 원목을 쓰다듬기도 하고,

야마하 엠프의 얇고 빨간 바늘이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걸

하염없이 구경하기도 하며,

이케아 빌리 책장 위 셰익스피어 전집을 이리저리 둬보기도 한다.

사이에 있는 아레카 야자를 보살피기도 하고,

시들한 보스턴 고사리를 더 바람 드는 자리로 옮겨주기도 한다.

지금 내 곁에 둔 물건들은 뭐 하나 내 맘에 안 드는 건 없고,

새로 들이면 들인 대로, 써오면 써왔던 대로 정이 들어

결국 다 맘에 드는 물건이 되었다.

새로살때의 도파민은 더이상 나오지 않지만..

내가 고른 물건들을 볼때 기분이 흐믓해진다.

남편과 항상 하는 얘기..

’이거 빼고 뭘 여기 둘 수 있을까..

이제 이거 없는건 상상이 안된다.‘

대체될 수 없는

내맘에 완전히 들어차는

물건들로 채운 거실은

도파민은 떠났어도

만족감은 매일 충분히 채워준다.

누구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걸

맘껏 좋아할 수 있는 상태

내가 좋아하는걸 알아가는 이 모든 상태가 흥미롭다.


작가의 이전글 브레빌870과 아침루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