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서 생각나요.

<혼모노>를 읽고

by 고라니

한참 화제가 되던 때 초반부를 읽다 덮었다.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불편한 책이다. 7개의 단편이 모두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지점을 정확히 영리하게 집어내고 있다. 나는 딸이기도, 엄마이기도, 덕후이기도, 한국 사람이기도 하다. 아마 읽는 사람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나와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임을.



_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

맹목적인 애정의 팬과 허세 가득한 기회주의자, 어느 쪽이 더 비겁한 걸까? 읽는 내내 돌아보고 찔리고 불편했다. 오히려 불편함을 마주하니 후련하다.


_스무드

한국인의 외양을 하고 한국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듀이'라는 인물이 한국에서 보내는 이틀의 이야기가 블랙 코미디처럼 그려진다. 최고급 아파트에서 만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소통에 무리가 없으면서도 부정적이고 그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지쳐한다. 반면 거리의 태극기 부대에서 만난 노인들과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음에도 그들을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외로움에 공감하며 따스함을 느낀다. 단체는 공격적이고 비상식적일 수도 있지만 개개인은 분절되어 슬프고 고독하다. 같은 외양을 하고 있지만 유대하지 못하고 소속감도 느낄 수 없는 다양한 계층, 세대의 개인들의 모습이 서글프다. 작품명인 '스무드'처럼 겉보기엔 매끈하고 완벽하고 분노도 없는 사회가 감추고 있는 갈등과 대립이 우리 사회의 진짜 민낯이 아닐까.


_구의 집 : 갈월동 98번지

2025년 6월, 민주화운동기념관이 개관했다. 그리고 이 책은 6월에 발간됐다. 영리한 작가의 의도한 듯 설계한 느낌이다. 그 안에서 벌어진 무수했던 일들과 참혹했던 시간의 서사는 건축물에만 오롯이 집중된다. 한 명이었던 건축가가 두 명의 캐릭터로 분리되어 상반된 모습을 표현한다. 마치 한 사람 속의 양가감정을 둘로 쪼개놓은 듯이. 기회주의적이고 성공과 명예의 화신인 여재화와, 지관의 아들로 자연과 환경을 보며 오직 성실하게 안정적으로만 사는 구보승이 등장했다. 고문실 설계를 맡으며 잊고 있던 건축가로서의 초심을 떠올리는 여재화는 성실하게 '고문'에 집중하며 광기에 사로잡히는 구보승을 보며 소름 끼쳐한다. 처음에는 건축가로서 야망이 없는 그를 비난하지만 그를 자신이 하기 싫은 일에 이용하고 그를 비난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구보승은 자신이 하는 일에만 그 기능적인 매몰된 인물이다. 그저 성실하기만 한 개인이다. 우리 사회의 악한 면면들이 단순히 악인 한 명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진 않는다. 이런 작은 나사 하나하나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혹은 외면하고 성실히 돌아간 결과라 생각하니 암담하다.


_잉태기

경제적 종속에 묶인 혈육의 우화다. 경제권이 없으니 어느 하나 선택할 수 없다. 부모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사랑이란 번지르한 말을 앞세워 자식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욕망. 성인이 된 아이의 직업, 사랑, 결혼, 그리고 심지어 출산, 잉태까지 이해할 수도 있다. 일견은 나를 닮은 아이에게 내 삶의 아쉬운 것들은 모두 털어내고 좋은 것, 행복한 것, 훌륭한 것만 쥐어주고 싶은 마음. 부모라면 마음 한편에 누구나 품고 있을 치졸해 들춰보기도 민망한 욕심 한 자락이다. 대부분은 아이의 사춘기 시절을 겪으며 아이와의 분리를 통해 이를 털어낸다. 그러나 경제력을 지닌 부모에게서 자의적으로 종속되기를 선택하는 아이들도 유복한 가정일수록 존재한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중요치 않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진 것일 테니. 이건 우화다. 블랙 코미디다. 겉보기에는 번드르르한 연리목처럼 기괴하게 얽히고설켜 풀어낼 수도 끊어낼 수도 없을 이 가족을 마음껏 비난하기 힘든 건 어느 순간 무의식 중에 생각했을 딸로서의 쉬운 선택과 엄마로서의 비뚤어진 욕망을 누구든 느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_혼모노

가장 불편했던 이야기. 아마 마지막 부분의 묘사가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과 촉각까지 눅진하게 묘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읽고 나서도 찐득한 이미지 잔상에 더해, 무속인에 대한 안 좋은 편견까지 더해져 잠깐 생각도 미뤄뒀다. 가진 자는 참 치졸하고 한마디로 못됐다. 자기 내키는 대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그래놓고 상대 탓이다. 그저 자기 변덕인 것을. 거기에 세대를 나누어 싸움을 부추기는 행태는 정치판 같기도 하다. 가장 이상한 건, 할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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