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리고 천안함의 이야기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 통보와 이에 반발하는 유가족협의회를 두고 다시금 시민들의 의견은 갈리는 모양새입니다.
주로 보수진영의 논리를 공유하는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계속되는 조사 및 추모 행사 등을 놓고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들이 세월호 참사와의 비교 대상으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이 다름 아닌 천안함 피격 사건입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안타까운 두 비극의 무대가 된 선박들입니다.
언뜻 보면 두 사건은 연결성이 없어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천안함 피격은 2010년 발생한 연속성 없는, 전혀 다른 사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두 사건은 함께 묶여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배"에서 일어난 비극이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직관적인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이 두 사건을 바라보는 진보진영, 그리고 보수진영의 시각차이
'비극'을 바라보는 그들의 의견이 다른 이유는 바로 서로 다른 그들의 국가관입니다.
우선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피격 각각의 본질에 대한 비교가 필요합니다.
첫 번쨰로 세월호 참사는
1) 여객선 해상 사고
2) 민간인 희생 (희생자의 다수는 미성년자)
3) 자국민 구조 책임자로서의 국가 대처 미비
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천안함 피격은
1) 군함 군사 작전 수행 중 적에 의한 피습
2) 군인 희생
3) 교전 당사국으로서의 국가 대처 필요 사안
로 요약됩니다.
즉, 세월호 참사는 '비극'임과 동시에 '참사'였고
천안함 피격은 '비극'이지만 '참사'가 아닌, '교전'이었습니다.
※흔히 '참사'라는 표현은 인명피해가 큰 사고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천안함 피격 사건은 참사라고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국을 위해 싸우거나 직무 상 위험을 감수하다 목숨을 잃은 숭고한 희생을 참사라고 표현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진보진영은 세월호 참사에 더 큰 울림을 느끼고,
보수진영은 천안함 피격을 더 중요한 사건으로 여길까요?
특히 왜 일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비하하며 천안함 피격 사건과 비교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보수진영의 입장을 요약해봅시다.
"세월호 참사는 놀러가던 사람들이 안타깝게 숨진 해상 교통사고일뿐이다."
"나라를 위해 적의 공격으로 숨진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이 더욱 조명받아야 한다."
"안타까운 사고지만, 왜 국가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가? 몇 년이 지났나?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
보수진영의 핵심 가치는 크게 국가주의와 보수주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국가주의적 시각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군인의 목숨은,
사적인 목적을 추구하다 불가항력적으로 사망한 민간인의 목숨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죠.
2) 보수주의적 시각에서는, 스스로 선택한 여행 과정에서 사고로 사망하였기 때문에,
그 결과 역시 스스로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시각에는 구조 과정에서의 미비 여부와 별개로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하고 배상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이 권리는 누렸으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집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적당히 하라"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진보진영의 입장은 어떨까요?
"국가의 제 1의 의무는 국민의 생존권, 기본권 보호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태도는 국가의 책임을 저버린 일이다."
"군인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희생 가능성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직군이다. 반면 민간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세월호 피해자들의 희생이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보다 가벼워야할 이유는 없다."
진보진영의 핵심 가치는 진보주의(특히 인권 관련)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1) 진보주의적 시각에서 인권 보호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보수주의는 작위에 의해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하지만 진보주의는 부작위에 의한 인권보호 미비를 더욱 큰 문제로 여깁니다. 쉽게 말해, 보수주의가 '국가가 무엇을 함으로써 피해보는 것'을 싫어한다면, 진보주의는 '국가가 할 일을 안함으로써 피해보는 것'을 더욱 싫어하는 것이죠.
따라서 국가의 구조 작업 미비로 인한 희생에 깊은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여기에 대한 합당한 배상과 법적 조치가 따라야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입니다.
2) 또한 보편적 인권 개념에서 민간인 다수의 사상은 교전 중 군인의 희생과 비교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나 그 민간인이 미성년자라면 더더욱 말이죠.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장병들은 모두 군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징병제 국가의 특성 상 '자원'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자원해서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들이었죠.
군인이라는 직업은 특성 상 적의 공격, 전투, 작전 수행 등에 있어 희생될 가능성을 감수하고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군인의 직무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고현장, 화재상황에서 국가는 다수의 민간인을 구조하기 위해 소방관, 경찰관 등 관련 공무원의 희생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민간인의 희생을 막는 것이 국가와 해당 공무원들의 의무이자 직무상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공무원들은 모두 스스로 그 위험성을 감수하고 선택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고요.
그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의 죽음을 순국, 순직 등으로 표현하며 숭고한 희생임을 강조하지만, 이를 '참사'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고, 불가항력적인 희생이 아니며, 이들의 희생 없이 국가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은 비극이지만 참사가 아니었으며,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 미비로 인한 다수 민간인의 희생은 애초부터 비교대상이 아닐뿐더러, 비극임과 동시에 참사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폭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 참사대로,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과 국가의 위기 상황 대처 능력 미비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해 충분한 배상과 재발 방지 대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가의 제 1의 의무가 국민의 기본권, 생존권 보장이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폭침은 천안함 폭침대로,
더 이상의 장병들의 희생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 남북미 종전 및 평화협정 체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만이 소모적인 인적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영논리를 빌미로 누군가의 희생을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과 비교하며 감히 생명의 경중을 함부로 재단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특히 각 비극으로 인해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일에 대한 무거운 처벌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최근 천안함 희생 장병 자녀에 대한 국가 지원 연령 상한이 올랐다고 합니다.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이 잊혀지지 않고, 그 유족들에 대한 지원 역시 성심껏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모든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더불어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