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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Jan 11. 2022

진짜 정원 이야기

당신의 꿈의 집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꿈의 집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다수 정원이 있는 2층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드레스룸, 홈씨어터가 갖춰져 있는 방, 나만의 주차장이 차고에 마련되어있고, 깨끗한 침실,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는 서재, 혹여 가끔 손님들이 오면 맞이하는 정원 등 넓은 집을 떠올린다. 

 

나 또한 그랬다. 내 꿈의 집은 지하에 커피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하고, 1층에 부엌과 거실이 있고 2층에 방이 3개정도 되는 곳이다. 정원도 있어서 그네를 탈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 이런 꿈의 집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자아빠는 이런 멋진 정원집에서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왜 안 그러실까? 그런 궁금증이 있었다. 



잔디와 단독주택들

 

어느 날씨가 유독 좋은 날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과 집 근처 중앙공원을 산책하면서 아빠의 한마디에 나는 화들짝 깨닫게 된 진실이 있었다. 


 

그날도 날이 적당한 어느 날이었다. 중앙공원에는 저녁 때 쯤이라 가로등도 켜져있고, 큰 나무, 작은 나무, 가로수 등 많은 정겨운 볼거리들이 있었다. 유독 가로등에 비춰진 나뭇잎도 분위기 있었다. 어렴풋한 기억인데 봄이라 꽃내음도 났던 것 같다. 가족끼리 오손도손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아빠가 이런 말을 하셨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이런 곳이 진짜 정원이다.” 나는 순간 이해가지 않았다. 너무 뜬금없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아빠는 이내 더 이야기를 더 하셨다. 내가 직접 관리 하지 않고도, 언제든 내가 시간내면, 이렇게 멋진 공간을 즐길 수 있고, 또 걸을 수 있다는 것.  이런 장소가 진짜 정원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꾸고 자기 소유의 정원을 원한다. 하지만 그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하니 돈이 들어간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을 따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공원 또는 집 근처 공원을 생각해 보아라. 집에서 가깝게 올수 있고, 크고, 연못도 있고, 나무도 있고, 꽃도 있고… 정말로 내가 조금만 시간을 내면,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이런 곳이 진짜 정원이다. 정원은 내 마당 앞에 있는게 아니다. 내가 즐길 수 있으면 그게 정원인 것이다. 사실 이런 정원이 마당 앞 정원보다 훨씬 더 좋다.


 

그 때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다. 왜 내 소유의 것만이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사실 나는 집에 있는 화분하나 잘 키우기도 어려워하면서, 허브를 키우다가 죽였으면서, 가꿀 능력도 안되면서 왜 내 소유의 정원을 가지고 싶어했던 걸까? 이렇게 조금만 시간을 내면 즐길 수 있는 진짜 정원을 곁에 두고서…  



주변의 것들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가지고 누릴 수 있으면서 몰랐던 것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불평보다는 감사함을 조금 더 되새길 수 있게 되는 경험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진짜 정원은 내가 소유한 내집 앞 마당이 아닌 내가 즐길 수 있는 꽃과 나무가 있는 곳이란 것. 그런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다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생각보다는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더 커질 것이다.  




신구대학교 식물원 튤립축제 중




*이 글의 초고는 2017년 4월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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