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을 좋아한다. 특히, 아무런 약속도 없는 주말을 사랑한다. 바쁜 주중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토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때는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였다. 진짜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이 나서 집 근처 나만의 최애 카페에서 2시간 정도를 보냈다. 그 후 집으로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했다. 물건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감과 동시에 나의 마음은 차츰 안정되어 갔다. 정말 여유로웠다.
신혼 초, 우리 집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빨래를 돌린다. 특히 시간이 여유로운 주말에 한꺼번에 세탁기를 돌리는 편이다. 주중은 바쁘기도 하고, 늦은 시간에 귀가하기 때문에 세탁기를 돌리기 힘들다. 그 당시에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저녁 8시 이후에 세탁기 돌리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안내문을 본 탓도 있었다.
햇살을 내 눈에 닿아 부서지는 그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에 나는 빨래를 했다. 날씨도 빨래를 말리기 딱 좋았다. 햇볕에 말리는 빨래를 생각하니 옷뿐 아니라 나까지도 쾌적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의 바지, 내가 입었던 옷들, 수건들, 그리고 속옷은 빨래망에 담아서 세탁기에 넣었다. 대충 분류했지만, 그날은 힘들어서 그냥 한꺼번에 넣었던 것 같다. 세탁기의 동작 버튼을 눌렀다. 이제부터는 세탁기가 일할 차례이다. 나의 일은 빨랫거리들을 세탁기에 넣는 것이었다. 잠시 후 '딩동 딩동' 자기의 일을 다 마쳤다는 세탁기의 알림음이 들렸다. 다시 내가 나설 차례였다. 즉, 빨래를 건조대에 너는 건 나의 몫이란 소리이다.
빨래를 통도리 세탁기에서 하나씩 꺼내어 건조대에 널고 있었다. 청바지도 널고, 일주일 동안 입었던 고마운 옷들도 널고, 샤워 후 나의 몸의 물기를 제거해준 수건도 널고, 그리고 나머지 양말들을 널었다. 순간 몰입했다. 때론 단순 반복의 일이 몰입도를 높이게 하니까. 그리고 마지막 양말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못 볼걸 보고 말았다.
텅 비어야 하는 빨래통 안에 500원짜리 동전이 '떡'하게
아니, '댕그랑'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화가 났다.
아니, 빨랫거리 내놓기 전에 당연히 주머니를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야?
동전이 빨래하는 동안 빨래통 안에 돌아다녔던 거잖아, 세탁기 고장 나면 어떻게 할 거야?
라고 생각하며 남편 탓을 잠깐 했다.
그러다가 순간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빨래 통에 있는 500원짜리 동전을 들었다.
난 진짜 해맑게 웃으며,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신랑에게 달려갔다.
최대한 신나고 약간의 하이톤의 목소리로 해맑게 말했다.
"빨래를 다 돌리니 500원짜리가 나왔어~"
길가에서 돈을 주운 것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황금알을 발견한 것처럼
그렇게, 빨래통 안에서 발견한 500원을 소개했다.
나의 유머를 재빨리 알아차린 신랑은 이렇게 답했다.
"또 돌리면 500원이 나오겠네~"
그러면서 신랑은 세탁기의 손익분기점을 계산했다. 즉, 한 번 돌릴 때 500원의 이익이 발생하고, 빨래를 한 번 돌리는데 드는 비용(세제와 전기값과 물값)을 대략 측정하더니 말했다.
"우와~ 한번 돌릴 때마다 돈 버는 거다~"
재미있었다. 자칫 짜증과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일들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상황이 참 재미있었다. 신랑과 신혼초에 함께 지내며, 신랑도 실수를 했겠지만, 내가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던 것 같다. 내가 잘못을 했을 때 신랑도 나의 '탓'을 하며 화를 내기보다, 유머 있게 넘어가거나 눈치껏 넘어가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 아빠나 엄마 또는 신랑이나 아내, 아니면 이성친구와 심각하게 잘못한 일 아니면, 싸우지 말고 ‘유머러스’하게 넘어가는 건 어떨까?
친한 친구와 다퉜는가?
엄마와 말이 통하지 않아 거리감을 느끼는가?
배우자와 사소한 말다툼으로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가?
그렇다면, 생활 속 작은 유머를 찾아내어 그 상황을 타파해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평생 갈 인연인데, 다투는 것보다 웃고 유머러스하게 지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그날 우리 집 세탁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 ‘500원을 낳는 세탁기’가 되었다.
그날 하루만 말이다. (제발 하루로 끝났으면 좋겠다.ㅋ)
*신혼 초, 에피소드를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