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노섬에서 득템 한 사진에 관한 이야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첫 이미지이다. 요즘은 카톡뿐만 아니라 블로그, 인스타, 브런치 등도 프로필 사진은 필수이다. 자주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사람도 있고, 하나의 사진으로 쭉 가는 사람도 있다. 물건이나 식물, 동물의 사진을 해 놓는 사람도 있다. 공통의 사실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다.
난 요즘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사진이 나에게 참 의미 있고, 예쁜 사진이기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3월, 신랑이 갑작스러운 이직으로 인해 휴가기간이 생기는 횡재를 했다. 그때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라 해외여행이 자유로웠다. 스페인 여행으로 유럽 맛을 본 우리는 다음 여행지로 이탈리아를 꼽았다. 10박 11일 넉넉한 휴가 기간 전부를 이탈리아에 올인했다.
내 생애 최고의 여행으로 꼽았고, 수많은 인생 사진을 건졌다. 내 생에 베스트 사진을 건진 장소는 바로 베네치아에서 한 시간 반 가량 떨어진 부라노 섬에서였다. 아이유가 하루 끝이라는 뮤비를 찍은 곳으로도 유명한 장소이다. 이곳은 어부 마을이라, 물고기를 잡으러 간 바깥사람이 아주 늦은 밤 돌아온다고 한다. 집마다 비슷한 색으로 벽을 칠하면, 자신의 집을 찾기 어려워 집마다 아주 오색찬란하게 다른 색을 칠해 놓았다.
부라노섬은 내게 특히 기대되는 일정이었다. 로마, 아시시, 피렌체를 거쳐 드디어 베네치아에 당도했다. 베네치아에 온 당일은 늦은 시간 이서 본섬만 둘러보았다. 이튿날 우리는 드디어 부라노섬으로 향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지만, 마음속으로 제발 엇나간 일기예보이길 빌며 출발했다. 베네치아에서 무라노섬을 거쳐 부라노로 향했다. 무라노섬은 유리공예로 유명하다했지만, 우리는 관심이 그다지 없어 바로 부라노로 직행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부라노섬에 도착. 색색이 이쁜 집들이 눈에 띄었다. 에너지가 급속으로 떨어진 우리는 에스프레소를 뭐 위해 가게로 들어갔다. 따뜻하게 몸을 녹이며 원샷 후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어를 하나도 모르는 우리는 시골 섬 마을에서 우비를 찾았다. 우비를 입고 찍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미션이었는데, 손짓과 발짓 그리고 눈짓을 통해 우비를 찾았다. 난 노랑 우비, 신랑은 빨간 우비를 사서 사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빗방울이 더 자주 더 굵게 떨어지고, 사진은 생각보다 더 이상했다. 끝내 우리는 포기하고 배로 향했다.
나의 이탈리아 여행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부라노 섬에서의 9색 콜라주였다. 9색 콜라주란, 9가지 다른 색의 집 배경에서 찍은 사진을 합쳐놓은 사진을 말한다. 네이버에서 검색했는데, 괜찮은 9색 콜라주도 있었고, 색이 겹치는 콜라주도 있었다. 나는 진짜 잘 찍은 사진을 간직하고 싶었다. 비가 와서 시무룩해졌다. 우비 입고 잘 안 나온 3색 콜라주는 의미 없기에. 날아간 내 버킷리스트. 언제 다시 이탈리아에 올지 모르기에 더 슬펐다.
나의 눈빛을 눈치챈 신랑을 다음날 일정을 조절해서 왕복 세 시간 걸리는 부라노 섬을 다시 가자고 했다. 우리는 오전 일찍 또 부라노 섬행 배를 탔다. 날이 화창했다. 기분이 하늘로 둥실둥실 떠갔다. 배 뒤로 보이는 물보라도 아름다워 보였다. 다시 발을 내딛은 부라노섬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우리의 목적은 9색 콜라주. 9개의 완전 다른 색깔의 벽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메인 길을 걸어서는 계속 겹치는 색이 나왔다. 하지만, 골목, 골목을 들어가서 찍다 보니 색다른 색을 찾을 수 있었다. 고사리를 뜯으러 산으로 올라가다 길을 헤맨다는 옛말처럼, 난 색을 찾아 골목으로 들어가 길을 헤맬뻔했다. 아침 시간이고, 진짜 사람이 주거하는 공간이기에 최대한 예의를 갖춰 조용히 사진을 찍었다. 한 이탈리아 아주머니는 그런 우리의 모습이 귀여운지 '짜오'라고 밝은 인사도 건네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난 어플을 하나 다운로드하였다. 콜라주를 만들어주는 앱이다. 신나게 9색 콜라주도 무지개색 콜라주도 만들었다. 9가지를 충분히 넘는 색을 찾아 찍어서 어떤 사진을 골라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행복했다.
그렇게 나의 9색 콜라주 사진과 무지개색 콜라주 사진이 완성되었다. 여행의 흥분과 설렘, 기대가 듬뿍 담긴 사진 덕분에 난 프로필 사진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사진은 내 마음에 쏙 든다. 당분간 프로필 사진을 바꿀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