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잡지~!
나는 노래를 들으면 한 곡을 반복해서 듣는 경향이 있다. 요즘 듣고 있는 노래는 바로 리쌍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이다. 이 곡의 원곡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곡인데, 나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리쌍의 노래가 더 친숙하다. 오늘 아침에 불현듯 떠오른 이 노래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다른 추억들이 떠오른다. 그중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드리고 싶다. 이 글을 쓰니 나이가 들통(?) 나지만, 그래도 재미있으니 한번 써보려고 한다.
택시를 자주 타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택시가 유용하고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 보통은 교통편이 안 좋은 장소에 있거나, 매우 많이 몸이 지쳐있을 때가 그 경우이다. 아마 친구와 약속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택시를 잡기 위해 순간적으로 난 도로 옆 인도로 갔다. 여러 오는 차들을 물색한 뒤 택시로 보이는 물체가 다가오자, 예전 버릇(?)대로, 오른손을 뻗어서 손을 살짝 흔들었다. 쌩쌩 달리는 도로 옆 인도에서 택시는 쌩하지 지나갔고, 친구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요즘 누가 손으로 택시를 잡아~ 앱으로 잡지!"
순간 당황했다. 진짜 그랬기 때문이다. 요즘은 손으로 잡지 않고 택시를 잡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드는 그런 시대였다. 이런 상황이 나에게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었다. 친한 고모에게 이 말을 하나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고모도 손으로 택시 잡다가 안 잡혀서 카카오 택시를 핸드폰에서 꺼냈다고 했다. 택시를 잡으려는 상황에 순간적으로 오른손이 나가지만, 나가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핸드폰으로 손을 뻗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나 보다. 이렇게 변하나 보다.
엄마 친구 모임에 몇 번 나간 적이 있다. 엄마의 차편이 쉽지 않아서였다. 여하튼 그곳에서 60대 세대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그중 나름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었다. 아들네 집에 가끔 들렀는데, 어느 날 가보니, 안방에 냉장고가 떡하니 들어와 있었다고 한다. 워낙 요즘 세대들은 다른 걸 아니까 머리를 꺄우뚱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몇 달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그 냉장고는 바로 스타일러였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참 웃겼지만, 한편으로 참 세월이 변하는 걸 깨닫게 된다. 스타일러는 드라이 맡기는 직장인들을 위해 생긴 물건으로써, 꾸김이 펴지고, 향기 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전제품이다. 한 때 화장품 냉장고도 있었으니까, 그 모양이 꼭 냉장고 같아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안방에 있는 큰 냉장고의 정체는 바로 스타일러였다.
로봇의 일상화가 되고 있다. 사실 30대인 나도 키오스트(주문하는 기계)가 등장했을 때 힘들었다.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아닌 로봇 메뉴판에 주문하는 게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선택해야 하는 옵션도 많고, 어떻게 해야 주문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었다. 이제는 태블릿 pc가 식당 테이블마다 한 대씩 있어서, 자리에서 주문하는 곳도 늘어가고 있다. 나이 드신 분들께 참 어려운 세상이다. 예전 10대와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방탈출 게임이 있었는데, 현실이 난이도가 있는 게임같이 되어버렸다.
서빙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로봇이 있었으니, 바로 서빙로봇이 되겠다. 예전에 속초에 물회 먹으러 갔을 때 처음 접한 로봇은 여기저기서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일손을 도와주는 것 같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일자리는 줄어들겠지.
변하는 게 참으로 많다. 이 글은 조금 유머러스하게 쓰긴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세월의 속도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변해야 살아남으니까, 변한 세상에 잘 적응하기 위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p.s.: 혹시, 변화하는 것 때문에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으면, 답글로 남겨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