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의 기적, 8강의 좌절
어젯밤을 불태웠다. 태극전사들이 피파랭킹 1위의 브라질을 상대로 경기하는 모습을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전반전 4:0 스코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국가대표팀은 결국 1골을 만회했다. 8강 진출은 좌절되었지만, 너무도 잘 싸워주었다는 생각이 들며, 내 인생도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주었다.
그때였다. 카톡의 한 단톡방에서 눈이 옴을 알렸다. 창문 밖을 바라보니 정말 눈이 내렸다. 첫눈은 아니지만, 나에게 첫눈 같은 눈이 내렸다. 뜨거웠던 내 안의 무언가가 차분히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뜨거웠던 우리의 응원도, 힘들었던 우리의 좌절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차갑게 식혀주는 느낌이 들었다.
눈이 내리는 걸 확인하자 처음 든 기분은 신남이었다. 와 하늘에서 눈이 내리다니,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있다니 너무 신기하다. 내가 만약 초등학생이었다면, 여기에서 끝났을 행복감. 하지만, 난 출근을 해야 하고,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눈이 내린다면, 아마 눈을 치우고 나서야 밖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곧, 눈을 치워야 하는 고된 노동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눈의 의미는 무엇일까? 첫사랑의 의미와도 비슷한, 모든 사람을 떨리고 설레게 만드는 그 무언가의 힘이 있는 그것.
난 이번 2022년 축구를 보면서 끈끈한 연대를 느꼈고,
첫눈 같은 눈을 보며, 뜨거웠던 무언가를 식히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비슷한 지역에 사는 우리들이 느끼는 그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 남기는 글이다.
이 눈은 빛나는 태극전사들, 그리고 끝까지 응원한 우리들을 위한
첫눈 같은 눈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