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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Apr 05. 2023

커피단식 체험기

커피 끊기를 시도해 보았다. 내 기준으로 정말 말도 안 되는 노력이다. 왜냐하면, 나는 커피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커피값을 아끼라는 말을 한다면, 나는 커피값 아끼는 대신 커피값을 더 버는 방법을 택하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커피숍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도 좋았지만, 솔직히 커피가 주는 각성상태가 나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런 내가 커피단식을, 커피를 완전히 내 몸에서 빼내보았다.



하루에 한잔 이상은 커피를 꼭 마셨다. 졸리고 멍한 상태를 깨어나게 해주는 최고의 처방. 그런 나에게 고난이 닥쳤다. 나는 과체중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도를 자주 한다. 하지만, 먹는 양을 줄이면 항상 밤에 잠이 안 왔다. 새벽 3시가 되어서도 잠이 안 오면 그냥 뭐라도 먹고 잔다. 배고프면 잠이 안 온다는 생각과 함께 잠이 안 오면 나의 병인 조증이 더 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다이어트를 실패했다.



어느 날 문뜩 이런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한 번도 커피를 끊어본 적이 없으면서 잠이 안 온다고 탓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잠이 안 온다는 핑계를 대기엔 난 너무 커피를 많이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커피를 끊어보았다. 그날이 2023년 2월 21일이다. 이 날 어땠을까? 난 정말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아니 잠자는 시골의 아낙내처럼 잠만 잤다. 거의 3시간 정도 빼고 약간의 활동과 먹는 시간 빼고는 내내 잠만 잤다. 잠이 쏟아졌다. 차츰 나아졌지만 2~3일을 잠에 비실댔다. 이렇게까지 해서 커피를 끊어야 할까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난 끊어야 했다.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일주일 정도 지나자 잠의 패턴이 어느 정도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커피를 끊고 잠을 못잔날이 없었다는 것이다.



며칠 전(23년 4월 3일) 라테 한잔이 쏘아 올린 맨 정신의 밤을 체험했다. 월요일 아침 가뜩이나 피곤한 느낌의 오전 신랑이 아이스라테를 나에게 사다 달라했다. 맛있게 라테를 한 모금 하는 모습을 보니 두 달여간 참았던 커피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니,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처럼 진한 커피도 아닌 컴포즈의 아이스라테정도는 괜찮을 거야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이렇게 협상하며 아이스라테를 들며 한 모금했다. 몸에 카페인이 퍼지는 느낌이 실시간으로 들었다. 하지만, 그날 밤 난 새벽 2시에 잠 못 이루며 블로그에 글을 5~6개를 올렸고, 새벽 6시에 겨우 잠이 들었다. 2~3시간 밖에 못 잤던 것이다. 심지어 끊었던 야식도 새벽 3시에 먹었다. 잠을 자기 위해..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카페인을 조심해야겠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커피 말고 다른 음료를 마실걸...



스타벅스 커피를 누구보다 좋아했다.



커피단식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난 커피숍에 가면 커피 대체품을 찾았다. 캐모마일, 얼그레이부터 호박차, 대추차까지. 물에 티백만 담겨 나오는 것이 매우 돈이 아깝다 생각 들었지만, 밤에 잠을 잘 자야 하니까 라며 마음을 달랬다. 가끔은 말차라테나 자몽에이드도 마셨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자극성 성분으로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며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시켜준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는 수면 4~6시간 전에는 섭취하지 않는 게 좋으며, 예민한 사람의 겨우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나의 커피 대체품 찾기는 꽤나 괜찮은 시도인 것 같다.



나는 커피 대신 다른 음료를 마셨다.


앞으로도 카페인을 조심하려고 한다. 커피를 정말이지 많이 사랑했던 나에겐 극약 처방이지만, 내가 카페인에 그렇게 예민하다는 걸 카페인에 절어있어 몰랐던 것 같다. 카카오톡 선물함에 많은 커피들을 대체품으로 바꿔서 마셔야겠다. 이렇게 다이어트를 위해 커피까지 끊었는데, 나의 다이어트는 과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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