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만이 답이 아니다
여성에게 있어서 화장대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자기 자신의 외모를 꾸미고, 꾸민 모습을 스스로 볼 수 있는 장소이다. 화장과 관련된 도구들을 보관하고 사용하는 곳이며, 자기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원하는 모습이 표현되었을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올라갈 수 있게 해 주고 이것은 사회적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에게 화장대가 처음 생긴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이다. 엄마는 꽤나 홈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으셨는데, 한 번은 집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어느 정도 돈을 들여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셨다. 그때 나에게 화장대와 퀸 사이즈의 침대 그리고 협탁이 생겼다. 정말이지 공주방 같은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었다. 화장을 막 시작할 나이어서 그런지 화장대가 그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는 약 20년 정도 된 화장대를 지금도 쓰고 있다.
때론, 새것만이 답이 아니다. 엔틱가구가 빛을 발할 때도 있다. 결혼할 때 한번 그리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올 때 한 번 두 번의 이사가 있었지만, 나는 새로운 화장대를 구매하지 않고 예전에 친정엄마가 사주신 그 화장대를 사용하고 있다. 침대도 신혼 때 샀던 그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소파도 원래는 기존에 쓰던걸 줄여서 가지고 왔다. 지금은 리클라이너 소파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무조건 새 물건을 사려고 하기보다는 기존에 샀던 물건을 잘 활용하는 것을 생각한다. 나만의 취향이란 것이 쉽게 바뀌지 않고, 그때 내가 반해서 물건을 샀으면 그거에 대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옷도 계속 비슷한 스타일을 사게 되는 것처럼, 물건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물건을 잘 활용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화장대에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엄마는 여자는 예쁘게 꾸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고 생각하시고, 예의라고 생각하신다. 그런 엄마에게 반기를 들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럼에도 예쁘지 못해 죄송한 딸... 아빠 닮아서 그래요. ) 엄마의 정신이 어느 정도 담겨있는 화장대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외모를 체크하기 위해 화장대 앞에 선다. 화장대가 예뻐서인지, 기분이 좋아서인지, 오늘 아침엔 내 모습이 꽤나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