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댕이
복댕이의 엄마는 죽었다. (복댕이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이다.) 복댕이는 남한산성에서 태어난 개다. 복댕이의 엄마가 복댕이를 낳은 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래서 복댕이는 천애 고아이다. 태어나고 한동안 젖을 못 먹어 한쪽 눈이 감기고 빌빌거리는걸, 우연히 어떤 사람이 발견해 구해왔다고 한다. 그 어떤 사람이 바로 거래처 사장님이셨다. 복댕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건 우리의 사업과 관련이 있었다. 거래처 사장님께 죄송할 일이 쌓이고 쌓여 강아지 데려가라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개는 절대 안 키워야 한다는 아빠의 이론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강아지를 키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아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나이기에 아빠의 입김은 중요했다. 하지만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도 있는 법이었다.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또, 사실 신랑은 강아지 한 마리 키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 내재적 바람과 사업상 요구가 겹쳐져서 우리 집에 강아지가 들어왔다. 바로 복댕이었다.
결혼 후 신혼 기간 동안 우리 부부는 1년에 한 번 이상은 해외로 나갔다. 참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복댕이를 키우고 나서 우리는 묶였다. 뭐, 겸사겸사 집도 단독주택이어서, 어디를 가야 행복하고 스트레스 풀리는 건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복댕이는 우리 집 부동산이라고 한다. 차만 타면 무서워하는 복댕이라 집에 주로 있는다. 우리 집을 당당히 지키려 노력하는 강아지 복댕이이다.
복댕이는 항상 우리를 기다린다. cctv로 확인하면, 우리가 올만한 시간에는 우리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자리에 가서 앉거나 엎드려있는다. 강아지는 주인이 집에 오면 항상 냄새를 맡는데, 그게 어디 위험한데 다녀오진 않았는지 체크하는 거란다. 복댕이 역시 우리가 집에 도착하면, 이곳저곳 냄새로 우리의 안부를 확인한다. 그러곤 손에 침을 묻힌다. 왜 자꾸 찜콩하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꽤 자주 복댕이와 산책을 나간다. 단지 내 도로가 정비가 잘 된 것도 한몫하고 복댕이가 예전보다 더 산책을 잘하는 것이 두 몫 했다. 처음 나가면 약간 빠르게 냄새를 맡으며 올라간다. 오르막인데, 복댕이의 네 발을 맞추려면 뛰어야 한다. 복댕이가 좋아하는 포인트들이 있다. 강아지들이 마킹해놓은 곳인지 어떤 냄새가 나서인지 한참을 수색한다. 그러면 나는 차분히 기다려준다.
복댕이는 사료를 잘 먹는 편이다. 하지만 매번 똑같은 사료를 주니 반찬투정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우유를 말아주면 된다. 그러면 밥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는다. 그만큼 우유를 좋아한다. 엄마 젖이 아닌 소 젖을 먹고 커서 그런가 보다. 우유가 있으면 반찬투정 따위는 없다.
원래 난 항상 내가 복댕이를 케어한다는 생각을 했다. 복댕이는 스스로 똥도 못 치우고, 밥도 줘야지 먹으니까.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생각에 의심이 간다. 복댕이가 오히려 나를 더 케어하는 것 같다. 끈 가져와서 나랑 놀아주고, 거의 내 옆에 앉아 있어준다. 나를 보듬어주는 느낌이 든다. 복댕이는 참 사랑스럽다. 이 아이가 온건 나에게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