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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Feb 06. 2021

식물을 키우는 게 기쁨이 될 수 있구나


식물을 키우는 게 부담이 되었던 삶을 살았었다. 생명체를 기른다는 거를 무시하던 삶을 살아왔다. 시댁에서 준 조그마한 식물들이며, 사촌언니가 선물해준 식물이며 모두 말라죽을 것같이 보였다. 제대로 방치했다. 내 삶의 여유가 없이 말라갔고, 식물들도 덩달아 말라갔다. 보다 못해 결정한 건 시댁 부모님 집으로 모든 식물들을 입양시키는 거였다. 그로써 우리 집에 생명체는 나와 신랑뿐이었다.  모든 식물을 없앴다.



우리집 야경샷, 1층 창문사이로 보이는 식물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으로의 이사는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코로나가 주는 영향도 있었고, 치솟는 집값이 무서워 집을 매매하게 된 것도 있었다. 글울림공간 모임원분이 뱅갈 고무나무를 선물해주셨다. 우리 집은 1층이 1층이 아니다. 무슨 소리냐면, 언덕에 집이 지어져서 1층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야 한다. 화분을 옮기시는 분이 전화해서 저기가 1층이냐며 큰 한숨을 쉬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서 뱅갈 고무나무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환영해! 우리집에 온 걸!




처음엔 내가 고무나무를 환영해주었지만, 그 뒤부턴 집으로 돌아오는 날 항상 환영해준다. 푸릇푸르른 잎들이 나에게 안녕하는 느낌을 준다. 처음으로 생명체를 키우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든 잘 키워봐야겠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묵직이 다가왔다.




푸르른 뱅갈고무나무 잎, 푸릇푸릇 하다



 모름직이 생명체에게 중요한 건 먹을 거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게 사람에겐 밥이고, 동물에겐 사료고, 식물에겐 물일 뿐.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 물을 잘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식물이 먹는 유일한 영양소이다. 밥이며 반찬에 국이며 찌개가 아닌 것에 감사하긴 하지만, 물 하나를 주는데도 방법이 있다는 걸 깨달아간다. 물을 너무 안 주면 말라 죽고, 물을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썩어 죽는다. 뿌리가 싹 마른 뒤, 흠뻑 물을 주는 게 식물 뿌리 건강에 좋다고 한다. 뱅갈 고무나무가 처음 왔을 때, 물은 주 1회 주라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식물과 진한 대화를 나눈 결과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자주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목말라하지 않은 식물에 물 주는 건 좋지 않으니까. 지금은 보름에 한번 정도 물을 준다.



이름표 떼기 전과 이름표 뗀 후의 모습



다이닝룸의 생기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뱅갈 고무나무. 아침에 일어나 바깥공기를 확인할 때나, 저녁식사 후 거실을 뱅뱅 돌 때 난 고무나무의 잎을 찬찬히 살핀다. 요 녀석이 갈증을 느끼는지 배고픈지를 확인한다. 대부분의 시간은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 초록 초록한 잎을 관찰하는 건 나에게 꽤나 힐링이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행동할 때가 있지만, 이런 생명 앞에서 이득을 향한 생각들은 희미해져 간다. 식물과의 대화, 그 몰입의 상태에 들어간다. 그냥 좋고, 그냥 기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들이 때론 가장 중요하듯, 불현듯 나타난 식물이 내게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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