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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Oct 15. 2023

우리 집 보호수 _ 소나무


우리 집에 있는 소나무는 예쁘다. 약간 구부러진 모습이 세월을 흠뻑 맞이한 느낌이 든다. 위치 선정 또한 탁월했어서 외부에서 우리 집을 바라볼 때 소나무가 잘 보인다. 우리 집 정원의 마스코트 이면서, 내가 정한 우리 집 보호수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소나무를 바라보면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그럼 고민의 크기와 무게가 훨씬 덜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보호수인 소나무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까?



우리 집 소나무



식물을 키우는 건 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쉬울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동물은 표현을 하고, 강아지일 경우 낑낑대거나 짖는다. 사람은 말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하지만, 나무는 식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 소나무가 아프단 걸 깨달은 건 작년(2022년)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찾아오는 때였다. 아마 이맘때였던 것 같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오셨는데, 그중 한 분이 식물을 잘 관찰할 줄 아셨다. 소나무가 아픈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다. 충격이었다. 우리는 소나무가 정원에 심겨 있으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봄에 새로운 잎이나 가지가 나는데 이를 새순이라고 한다. 봄에 새순이 나지 않으면 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내버려 뒀었다.




신랑과 나는 소나무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보호수라고 말하면서, 정작 소나무의 건강을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눈물이 났다. 단지에 있는 어떤 분은 소나무가 아프다고 살 가망성이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와 신랑은 포기하지 않고 그때부터 아니 그제야 소나무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살충제를 주어서 소나무에 있는 거미나 날벌레들을 제거해 주었고, 영양제를 주었다. 소나무 아래쪽에 전동드릴로 뚫어서 수액을 주었다. 제발 나무가 살아나기를, 한쪽 가지가 없어도 괜찮으니 살기만을 바랬다. 그때는 간절했다.


소나무 렝겔 주사 주기!


올해 봄 소나무에 새순이 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이쁘던지, 왜 그동안 이걸 모르고 살았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단독주택에 살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긴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사랑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주거공간이 참으로 사랑으로 가득 찬 곳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게 새순을 예쁘게 피우더니, 올여름에 무성하게 잎을 피워냈다. 올 가을이 오기 전에 봄과 여름에 거쳐서 가지를 쳐내어주었다. 잎이 햇볕을 잘 쐴 수 있도록 잘 솎아내어 주었다. 이제 우리 집 소나무가 단지에서 제일 예쁜 것 같다. 눈에 꽁깎지가 씐 것처럼...



식물을 키우는데 난이도가 다 다르다고 한다. 그중 소나무는 키우기 생각보다 까다로운 식물이라는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방치했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소나무가 더 보고 싶어 진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에도, 잔디가 무럭무럭 자라는 여름에도, 귀뚜라미 울며 달이 밝은 가을에도,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소나무는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준다. 너무도 아름다운 우리 집 소나무. 앞으로 더욱더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줘야겠다. 진짜 구사일생했다. 수고했어!



(좌) 아픈 소나무, (우) 새순이 나는 소나무 (다음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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