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는 게 부담이 되었던 삶을 살았었다. 생명체를 기른다는 거를 무시하던 삶을 살아왔다. 시댁에서 준 조그마한 식물들이며, 사촌언니가 선물해준 식물이며 모두 말라죽을 것같이 보였다. 제대로 방치했다. 내 삶의 여유가 없이 말라갔고, 식물들도 덩달아 말라갔다. 보다 못해 결정한 건 시댁 부모님 집으로 모든 식물들을 입양시키는 거였다. 그로써 우리 집에 생명체는 나와 신랑뿐이었다. 모든 식물을 없앴다.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으로의 이사는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코로나가 주는 영향도 있었고, 치솟는 집값이 무서워 집을 매매하게 된 것도 있었다. 글울림공간 모임원분이 뱅갈 고무나무를 선물해주셨다. 우리 집은 1층이 1층이 아니다. 무슨 소리냐면, 언덕에 집이 지어져서 1층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야 한다. 화분을 옮기시는 분이 전화해서 저기가 1층이냐며 큰 한숨을 쉬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서 뱅갈 고무나무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처음엔 내가 고무나무를 환영해주었지만, 그 뒤부턴 집으로 돌아오는 날 항상 환영해준다. 푸릇푸르른 잎들이 나에게 안녕하는 느낌을 준다. 처음으로 생명체를 키우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든 잘 키워봐야겠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묵직이 다가왔다.
모름직이 생명체에게 중요한 건 먹을 거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게 사람에겐 밥이고, 동물에겐 사료고, 식물에겐 물일 뿐.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 물을 잘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식물이 먹는 유일한 영양소이다. 밥이며 반찬에 국이며 찌개가 아닌 것에 감사하긴 하지만, 물 하나를 주는데도 방법이 있다는 걸 깨달아간다. 물을 너무 안 주면 말라 죽고, 물을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썩어 죽는다. 뿌리가 싹 마른 뒤, 흠뻑 물을 주는 게 식물 뿌리 건강에 좋다고 한다. 뱅갈 고무나무가 처음 왔을 때, 물은 주 1회 주라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식물과 진한 대화를 나눈 결과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자주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목말라하지 않은 식물에 물 주는 건 좋지 않으니까. 지금은 보름에 한번 정도 물을 준다.
다이닝룸의 생기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뱅갈 고무나무. 아침에 일어나 바깥공기를 확인할 때나, 저녁식사 후 거실을 뱅뱅 돌 때 난 고무나무의 잎을 찬찬히 살핀다. 요 녀석이 갈증을 느끼는지 배고픈지를 확인한다. 대부분의 시간은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 초록 초록한 잎을 관찰하는 건 나에게 꽤나 힐링이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행동할 때가 있지만, 이런 생명 앞에서 이득을 향한 생각들은 희미해져 간다. 식물과의 대화, 그 몰입의 상태에 들어간다. 그냥 좋고, 그냥 기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들이 때론 가장 중요하듯, 불현듯 나타난 식물이 내게 기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