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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Oct 06. 2023

버리는 미니멀리즘 말고...

소중한 물건 찾아보기!

나는 요즘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우리 집에 설렘으로 들어온 물건들이나 생명들과 조화롭게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이 아무리 좋아도 텅 비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고 해도,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과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간을 채우는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내가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잘못된 미니멀리스트를 알게 될 때는 "무조건 버리는 게 답이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집안을 둘러보며 어떤 게 '쓸모없는 물건'인지 물색하는 게 일이었다. '1일 1 버리기'가 필요하다며, 집안에 쓰레기만 없는지 찾는 게 어느 순간 이상해졌다. 또한, 정말 소중하고 필요한 물건조차 버려야 하나 생각했던 내가 낯설었다. 사실 집 안에는 소중한 물건들이 존재하고, 그 물건들 덕분에 나는 정말이지 질이 높은 삶을 살고 있는데, 필요 없는 물건만 바라보는 그 시선이 불편했다. 



요즘 나는 '우리 집에 동거 중인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어떤 물건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지 찾는 게 일상이 되었다. 정원에 있는 소나무도 사랑스럽고, 2층에 있는 1인 소파도 편안하고 좋다. 아직 쓰지 않았지만, 집안을 향기로 가득 채워주는 물품들 또한 내가 애정하는 것들이다. 서재 앞에 놓아진 어린 왕자 그림 또한 글을 쓰고 나니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집안에 어떤 물건이 있고, 왜 그 물건이 들어왔으며, 어떻게 그 물건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니,  집안 곳곳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발견하니 나 스스로가 참 좋게 느껴졌다. 



한 때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할 때가 있었다. 빈 공간이 주는 탁 트임이 부러웠다. 어떤 미니멀리스트는 소파까지 없앤다고 하는데, 거실이 정말 넓어 보이고 청소하기 편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주택에 살고 있고 극단 전 미니멀리스트를 하기에 필요한 물건이 참으로 많았다. 계절마다 필요한 물건이 다양하다. 일 년에 한 번 쓰임을 받는 도구라고 할지라도 한 번은 꼭 필요하기에 어딘가에 잘 보관해 놓아야 한다. (김치를 소금에 절굴 때 쓰는 큰 바구니와 뜰채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빌려서 쓰기도 어려운 물품이기에 일 년에 한 번은 꼭 필요한 물품일 수 있기에 보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저곳이 창고를 잘 마련해 두었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편리함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한 때 물건들을 사들이는 신랑이 싫었었는데, 그 물건이 주는 편리함에 함께 익숙해지니, 신랑의 라이프스타일도 존중하게 되었다. 대신, 나만의 철칙은 있다. 가구나 큰 물건을 들일 때는 신중하게,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사려고 한다. 쓸 수 있는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도 그것 중 하나이다. 화장대와 협탁은 대학교2학년 때 엄마가 사주신걸 지금까지 쓰고 있고, 침대와 TV, 냉장고는 신혼 때 산걸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기능도 사용할 만하기 때문에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버리는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다면, 한 번쯤 시선을 바꾸어서 집 안에 있는 소중한 물건을 찾아보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우리 집 소파 위에서는 가족들이 편히 눕거나 앉아서 깔깔거리며 텔레비전을 보는구나, 식탁에 화려한 요리들이 차려져 있고, 아이들이 맛있게 밥을 먹는구나. 우리 집 전등은 이런 모양이었구나, 아이들의 애착인형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신랑의 구두들은 이만큼이나 반짝이는구나 등 찾아보면 소중한 우리 집의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그 물건들 자체의 모습도 바라보고, 물건이 우리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살펴본다면, 우리 집이 조금 더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 




1일 1버리기 했을 때 찍은 사진들


1일 1버리기 했을 때 찍은 사진들




3층에 깔린 스마일 매트! 우리 집에 소중한 물건들을 대하는 나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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