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시네마룸
여름은 매우 덥다. 에어컨을 틀어야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역시 만만치 않게 올라간다. 우리 집은 공간이 넓은 편이라 모든 공간을 시원하게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기요금을 덜 나오게 하면서, 우리 가족이 쾌적하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장소를 선택하고, 그 장소를 시원하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이다.
장소를 물색하는 데 있어서 방의 크기는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의 방을 시원하게 하는 게, 넓은 면적에 에어컨을 돌리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의 크기가 작고, 시원해지는데 적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장소를 우선으로 찾았다. 다음 고려할 요소는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신랑은 자기 전 TV멍을 한다. TV멍이란, 불멍의 현대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예전 구석기시대 사냥에 지친 남자들이 불을 피워놓고 쳐다보며 멍을 때렸다한다. 그러면서, 사냥의 긴장을 완화시켰다고 한다. 현대사회도 비슷하다. 힘들고 격한 회사생활에 지쳐 집으로 돌아오면, 적당히 TV를 보며 멍을 때린다. 그러며 릴랙스 하는 시간을 갖는다.
크기가 작고, 에어컨이 있으며,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방으로 시네마룸이 적합했다. 우리는 여름이면, 시네마룸에서 밤을 지낸다. 시네마 룸에는 에너지 효율이 좋은 에어컨이 있고, 넷플릭스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으니 더운 여름밤을 아주 시원하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으니 침대가 없다는 것이다.
리클라이너소파가 있긴 하지만, 두 명이 이 소파에서 자는 건 역부족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매트릭스를 펼친다. 파란색의 삼단으로 접히는 매트릭스인데, 꽤나 푹신해서 잘 때 좋다.
어제는 신랑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최강야구를 틀어놓았다. 나는 소파에 누워서 신랑은 바닥에 있는 매트에서 넷플릭스를 본다. "2층 아가씨, 거기는 좀 시원해?" 신랑이 물어본다. 그럴 때면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1층 아저씨, 1층은 쾌적해?" 동시에 웃음이 터진다.
우리 집 각 공간이 참 좋지만, 여름이면 유독 찾게 되는 시네마룸도 참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