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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Aug 25. 2023

책을 읽기 위한 자리 마련

1인 소파 구입기

이사를 하고 3년 차. 대부분의 공간에는 더 이상 가구나 큰 물건을 들일 만한 곳은 없었다. 그렇게 불만 없이 살아가다가 자꾸 2층 퀸사이즈 침대 앞 쪽에 공간이 눈에 보였다. 침대 앞 공간으로 창이 큰 게 있어서 뷰도 좋았지만, 비어 있었다. 그곳에 편한 소파를 두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시댁부모님이 일 년에 세네 번 오신다. 오시면 보름이상 계신다. 정원도 손 봐주시고 텃밭도 봐주시고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많았다.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 주된 이유가 공간을 뺏긴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층이 분리되어 있어서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는 것보다 훨씬 불편함이 덜 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힘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2층 방에 안락한 소파를 두고 싶었다. 나만의 도피처라고 말하면 이해하시려나?


여러 의자가 물망에 올랐다. 리클라이너 의자부터 귀여운 의자까지... 1인 리클라이너에 앉아보니 너무 편하고 좋았다. 이케아 노랗고 큰 의자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케아 의자는 신랑의 반대로 패스 했다. 인스타에서 본 귀여운 의자를 리빙센터에서 보게 되었다. 알로소라는 브랜드에 있는 의자. 알로소는 서른아홉이라는 드라마에 협찬을 했던 브랜드인데, 그때부터 눈여겨보던 가구회사였다. 근데 1인 소파 엘머라고 하는 의자가 인스타에서만 봤던 의자가 실제로 있는 것이었다. 앉아보았더니 보기에 이쁠 뿐 아니라 편했다. 우선 당장 사지 않고 다른 곳에서 아이쇼핑을 좀 더 했다. 


신랑은 리클라이너 의자도 좋다고 생각했다. 편리하고 편했기 때문. 하지만 나는 알로소 엘머에 완전히 꽂혔다. "오빠, 집안에 예쁜 가구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아? 매번 기능적인 것만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디자인적 요소도 중요해." 이 말에 신랑이 마음을 돌렸다. 우리는 고민 고민 하다가 다시 그 매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자만, 가구를 산다는 것은 마음을 크게 먹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큰 마음을 먹고 1인 소파를 우리 집에 들이는 계약을 하게 되었다. 신랑이 소파를 사주면서 나에게 말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당겨 주는 거야." 그렇게 나는 봄에 한 겨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되었다.


실제로 엘머가 집으로 오게 되었고, 2층 방이 조금 더 안락해졌다. 나는 그곳에서 책을 읽을 때도 있고, 신랑은 주로 그곳에서 양말을 신는다. 시부모님이 집에 오시면, 우리 부부는 2~3층에 주로 있는데, 2층 방에도 안락한 공간이 생겼다. 완전히 누워서 잠이 오는 침대가 아닌, 시네마룸에 있어서 어두컴컴한 공간의 소파가 아닌 밝은 공간에 있는 편하고 예쁜 1인 소파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소파를 들이는 거, 가구를 사는 거 참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잘 결정해서 좋은 가구를 집에 들이면, 공간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삶의 질도 올라간다. 나에게 엘머는 단순한 소파 이상의 것이다. 책을 읽기 위한 자리 마련인 동시에,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옆에 협탁은 이번 스타벅스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로 받게 되었다. 협탁 하나에 몇 십만 원짜리 하는 것도 있지만, 이벤트성으로 받은 사은품도 이렇게 잘 가져다 쓰면 유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엘머의 따뜻한 느낌과 잘 어울리는 오렌지색 사이드 테이블이다. 여기에 물을 놓을 때도, 책을 올려놓을 때도 있다.







정말 사랑스럽다. 나를 폭 안아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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