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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Oct 07. 2022

남편의 드레스룸

단독주택 이야기

누구에게나 꿈꾸는 삶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꿈꾸는 드레스룸이 있을 것이다.


옷 방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꺼려질 때가 많다. 매일 옷을 갈아입는다. 생각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에 와서 홈웨어로 갈아입으니 최소 두 번 이상은 옷을 갈아입게 된다. 따라서, 옷장은 자칫 옷더미로 변하기게 쉽다. 옷을 좋아하는 편이면서도 옷 관리가 쉽지 않은 이유는 매번 갈아입을 때마다 옷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옷무덤에 살았었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았을 때는, 평면적으로 넓은 집이었다. 뭐, 평범하게 3개의 방과 2개와 화장실로 되어있었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옷장에 옷을 두기보다는 잘 보이는 소파에 걸쳐두었다. 그래서 집이 꼭 옷무덤 같았다. 드레스룸이 있었음에도 활용도가 많이 떨어졌다. 살림의 지혜도 부족했고, 공간의 분리 개념도 어려워서 온 집안이 옷장이 되고 나서야, 날 잡아서 한 번씩 집을 정리하곤 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고 나서 정리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 평면적 구조에서 층별 구조로 바뀌게 되니 공간 활용도가 더 좋아졌다. 우리 집에는 2층에 드레스룸이 있고, 3층에도 드레스룸이 있었다. 충분한 공간이긴 했지만, 신랑과 나의 옷을 분리하지는 않았다.


3층 남편의 드레스룸 입구


최근 신랑이 3층을 전부 자신의 드레스룸으로 쓰고 싶다고 선언했다. 나 또한 동의했다. 옷을 분리하면 훨씬 더 정리가 잘 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정말 꿈에 그리던 드레스룸을 꾸며보라고 말해보았다.


2층과 3층을 수십 번 왔다 갔다 하더니, 남편은 자신의 드레스룸이 만족스러운지 나를 끌고 가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멋있었다.

과장 조금 더 보태서 드라마에 나오는 드레스룸 같았다.


남편의 드레스룸 모습


우리 집은 걸자파 주의다. 즉, 옷은 접지 말고 걸자는 말이다. 될 수 있으면 니트류 빼고는 옷걸이에 걸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손쉽게 옷을 꺼낼 수 있고, 밑에 있는 옷을 꺼내기 위해 위에 옷들을 흩트려 놓지 않아도 된다. 니트라는 성질 때문에 옷을 접어야 한다면, 한 층만 접으려고 노력한다.


한층만 접어놓은 니트류



기본적으로 계절별로 분류했다. 그 뒤 정장 따로, 셔츠 따로, 바지 따로, 집에서 잘 입고 작업할 때 입는 옷 따로 걸어두었다. 그렇게 분류만 해서 걸어도 반 이상은 성공한 것 같다. 옷을 분류해서 걸어두었더니, 정리가 훨씬 더 잘 되어 보인다.


옷을 분류해서 걸어두었더니, 정리가 훨씬 더 되어 보인다.


사실 여기까지는 집에 있는 기본 옵션들을 사용했다. 우리가 추가로 구매한 것이 있으니, 바로 전신 거울.


전신 거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옷을 입고 다른 사람들을 보기 전에 전신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체크하면 자신감도 올라가고, 신뢰성 있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신 거울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고, 가성비도 중요시 여겼다. 그래서 이케아로 가서 신랑에게 맞는 전신 거울을 구매했다. 진짜 이번에 드레스룸을 꾸미면서 샀던 유일한 아이템은 전신 거울뿐이다.



전신 거울 옆에 입었던 옷을 넣는 빨래통을 두었다. 기존에 샀던 걸 가져다 놓으니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나무톤이어서 갈색 빨래통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여기서 숨겨진 공간을 공개하려고 한다. 바로 신랑의 취미를 위한 공간이다. 서랍 안을 옷으로 채우지 않고 카메라로 채웠다는 비밀. 드레스룸 아래 공간을 옷걸이를 두지 않고 기타를 놓았다는 사실.


남편의 드레스룸이 더 설렐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신랑의 취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즐거운 드레스룸이 존재할 수 있다니 놀랍다.


카메라와 기타_남편의 취미들
신랑의 배려_나의 취미 도구들

여기에 신랑의 배려로 나의 취미인 미술도구들도 주소가 생겼다. 이 서랍을 열면 나의 취미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남편의 드레스룸에 숨겨진 비밀공간이다.




누구에게나 꿈꾸는 드레스룸이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고 신랑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느라 많이 힘들었을 남편인데, 이런 공간 하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우리는 2층 드레스룸과 3층 드레스룸을 분리하여 이렇게 신랑이 꿈에 그리던 드레스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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