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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Sep 04. 2023

우리 집은 미술관

우리 집에 있는 작품들(3)

 

 다이닝 룸으로 꾸민 공간에는 큰 벽이 있다. 흰색 도배지로 되어있어 새하얀 공간인데, 처음에는 이 공간을 비워두었다. 어떻게 꾸며야 할지 감이 잘 안 와서이기도 하고, 다른 공간들을 신경 쓰고 채우니라 정신이 없기도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커다란 우드슬랙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맞은편 흰 벽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다는 걸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처음 대여하면 금액에 꽤나 합리적이어서, 우리 집에 미술관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때도 여름이었는데, 우리 집이 산에 있어서 바다나 물이 안 보인다. 그래서 파아란 바다 그림을 전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사진의 작품은 이현열 작가님의 보길도라는 작품이다. 작품을 걸어두니 집의 분위기가 한 층 더 살았다. 작품 카드도 만들어서 옆에 붙여주고 직접 설치를 해주시고 가셨다. 3개월 정도 정말 눈호강을 했다. 그 뒤에 달항아리 작품을 대여하고 싶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할 수 없었고, 결국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어서 대여를 그만했다.




거실 한쪽 벽면에 전시한 작품



 그 뒤에 그냥 DIY 해바라기를 걸어두었지만, 작은 사이즈이고 아쉬움이 매우 컸다. 그러다 동생이 알려준 요시고사진전을 가게 되었다. 빛과 색을 잘 쓰는 스페인 작가였다. 그라운드 시소라는 서촌에 있는 전시관에서 전시를 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아서 두 번째 방문했을 때 겨우 볼 수 있었다. 동생도 그 작가에게 매우 빠져있어서 에어팟케이스도 사고, 직접 그림도 그려보고, 사진도 가지고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주 큰 사이즈의 한정판 사진을 사게 되었다. 나에게 어떤 그림이 좋을까 물어보았는데, 남자 혼자 물속에서 수영하고 있는 사진이 시그니쳐라 생각해서 골랐다. 에매랄드 빛 바다색이 아주 아름다웠다.



요시고 사진



 앞에서 말했듯이 이 사진은 동생의 소유이다. 다만 동생이 아직 집이 없어서, 방에 걸어두기엔 크고 둘 장소가 없어 그때까지 우리 집에 걸어두기로 약속했다. 나는 정말 남기만 하는 일이었다. 걸어둘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동생이 좋은 작품을 우리 집에 걸어두어도 되냐 물어보니 흔쾌히, 예스를 외쳤다. 2년 넘게 그림은 우리 집 다이닝룸에 잘 걸려있고, 내가 매우 애정하는 사진이 되었다. 우리 집에 없는 물이 나와있어서 좋고, 생각보다 젊은 느낌의 색상이어서 집이 한층 밝고 명랑해진 느낌이 든다. 나중에 동생이 집을 사서, 이 작품을 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돌려줘야 하겠지만, 그전 까지는 매우 만족스럽게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먹고사니즘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림이나 사진을 사고 소유하는 일에는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동생이 대학생쯤 되었을 때일 것이다. (나는 30대일 것이다.) 동생이 백화점 1층에서 파는 그림을 산 적이 있었다. 작은 사이즈였지만, 10만 원 찜했다. 어떻게 그림을 그렇게 덜컥 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요한 물건이 아니고 실용적이지도 않은데, 돈을 주고 산다는 게 의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생은 지금도 그 그림을 소중이 잘 간직하고 있다. 동생에게 궁금해서 그림이 주는 가치에 대해 물어봤지만, 남동생의 흔한 무뚝뚝함으로 아무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냥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림이 주는 치유의 힘이 있는 듯하다. 미적인 것이 기능이나 실용적인 것을 뛰어넘을 때도 있다는 걸, 이제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동생 몰래 찍어온 동생이 구매한 그림


 이제 나도 적극적으로 다음 작품을 찾고 있다. 한동안은 우리 집 다이닝룸에 요시고 사진이 전시되어 있겠지만, 언젠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전시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크기가 커서 어느 정도 크기의 한 작품이나 두 개나 세네 개의 통일된 작품을 걸어둬야겠다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것이 아닌 아름다운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나의 삶의 질이 예전보다 좋아졌구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아크테크에 관심이 많아져서 강의도 듣고 책도 읽었는데, 재테크로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정말 미술작품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즐길 수 있는 작품 보고 있는 동안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을 만나서, 다이닝 룸 벽에 걸어두면 너무도 행복하겠다. 



우리 집 다이닝 룸 사진





* 우리 집 거실이 궁금하시다면, 이 글을 보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waterdrops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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