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있는 작품들(2)
나는 기본적으로 색을 칠하는 게 좋다. 내가 원하는 색깔을 만든 후 그 색을 채워나갈 때는 글쓰기와는 또 다른 힐링을 받는다. 그래서 판교현대백화점 문화센터를 다녔던 적이 있었다. 유화도 좋고 , 수채화도 좋지만, 상대적으로 재료가 가볍고, 구하기 쉽고, 장소의 제약이 덜한 수채화를 선택했다. 내가 수강한 반은 여행드로잉이라는 반이었는데, 최종 목적이 직접 여행했던 여행지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문화센터의 커리큘럼에 따라 그림을 그리다 점차 내가 가져간 사진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난 추억들을 그리게 되었다. 아래는 내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아 선택한 사진을 그림으로 그렸다. 색 조합도 예쁘고, 스케치도 단순했다. 그림 장소는 일산이다. 시댁은 일산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상대적으로 먼 경기도인 일산에 가끔 가게 된다. 일산 공원에 올라갔을 때 봤던 노을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그림을 그렸던 초기에 시도했던 작품이다. 노을을 표현했는데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예쁘게 그러데이션 하며 그렸을 때의 느낌이 좋았다. 아파트도 하나씩 표현해 보았다. 지금 이 그림은 액자에 넣어 책장 위에 두었다. 그랬더니, 그때의 기억도 나고, 인테리어 효과도 덤으로 얻는다.
신랑과 결혼한 해에 두 번의 해외여행을 갔다. 처음이 신혼여행으로 갔던 푸켓이고, 하나는 11월에 갔던 스페인이다. 푸켓보다는 역시 스페인이 더 기억에 남았다. 스페인 여행에서 잘한 것 중 하나가 스냅사진을 찍은 것이었는데, 그 사진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사진진이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꼭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은 사진 두 개를 골랐다. 인물그림이 초보자인 나에게는 참 어려워 선생님의 손길을 많이 빌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이렇게나 멋진 그림이 두 개나 탄생되었다. 뽀뽀하고 있는 그림이어서 민망하긴 하지만, 신혼의 풋풋함이 잘 드러나있는 것 같아서 좋다.
다른 하나는 성파밀리에 성당이 뒤에 있고 공원에서 걷고 있는 사진을 그림으로 만든 것이다. 11월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푸르르다. 대략적으로 스케치를 하고, 꼼꼼히 그리지는 못했는데,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사람도 사람다워지고, 채색도 더 농도가 깊어졌다. 여행 그림은 그리는 동안도, 감상하는 동안도 지금의 나가 아닌 그때의 내가 생각나게 해 준다. 조금은 철이 없고, 한없이 즐거웠던 신혼 때였던 것 같다. 이렇게 추억 그림 하나 둘 전시해 두 번 어느새 서재는 나만의 미술관이 된다.
스페인이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능가할 수 있는 여행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라는 아주 멋진 여행지가 남아 있었다. 이 그림은 이탈리아 나폴리를 갔을 때 들렸던 포지타노 전망대이다. 파아란 바다색깔이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다. 신랑이 고깃집을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약 2주 동안 여행 갔었는데, 진짜 레전드였다. 로마, 나폴리, 아시시,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등의 도시를 들렸고, 그중 나의 그리기 레벨에 맞고, 멋진 사진인 포지타노 전망대 그림을 남겼다. 이 그림은 마을을 스케치하는데 노고가 좀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는 쉬웠다. 파란 바다색을 칠할 때의 쾌감이 기억난다. 바다 면적이 넓어서 걱정이었는데, 쓱 칠하고 수정을 하고 나니 훨씬 깊어진 느낌이 든다.
그렇게, 우리 집 서재는 작은 미술관이 되었다. 그 그림들도 내가 직접 갔었던 장소에 대한 것들이다. 게다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어서 매우 뜻깊다. 서재에 책만 꽂아져 있으면, 밋밋하고 지루할까 봐. 곳곳에 그림을 배치했는데, 나에게는 아주 만족스럽다. 서재에서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를 얻을 뿐 아니라 나의 추억 저장소도 된다. 아주 뜻깊고, 의미 있고, 생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