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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Feb 18. 2020

글이 자라고 있어!

글울림공간 함께하실 분을 찾습니다.

글울림공간 글쓰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다른 사람들의 글을 바라본다. 글이 무럭무럭 자란다. 내심 부러운 눈으로 과정을 바라본다. 놀라운 광경이다. 자연의 변화도 참 신비롭지만, 사람의 내적 성장을 바라보는 것도 마법같이 놀랍다. 그렇게 부럽게 다른 사람의 글들만 몰래 빼꼼 빼꼼 바라봤다. 나의 성장은 모른 채...

아이가 없는 우리 부부는 시간이 꽤나 많다. 퇴근 후 각자의 취미생활을 활발히 즐기고 있다. 신랑에게는 당구이고, 나에겐 글쓰기이다. 신랑의 당구 실력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신랑 스스로 성장의 잣대를 측정한다. 마치 한창 키가 클 때, 거실 한켠에 키 재는 자에 싸인 팬으로 측정하는 듯이, 자신의 당구 실력을 잰다. 

신랑이 당구장에서 열심히 공을 맞히는 동안, 난 카페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카페에서 난 가만히 앉아 있는 듯 보인다. 밖에서 보면 굉장히 정적이만, 내면은 폭풍과 같다. 오늘은 양귀자의 <모순>을 읽었다. 결말의 중요한 부분을 알고 봤다. 하지만, 어김없이 절정의 순간 눈이 뜨거웠고, 가득 고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잠시 책을 덮고,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괜히 카페 천장을 바라봐야 했다. 그렇게 서너 번 쉬면서 읽었다. 눈물이 날 멈추게 했다. 

읽는 중간중간 울컥 터진 나의 과거의 감정들 덕분에 글도 써야 했다.  쓰는 행위를 통해 나를 위로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안진진, 그녀의 이모가 모순적 삶으로 비쳤다. 누구에게나 행복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모순. 그러한 모순이 내 삶에도 존재했었기에, 그때가 떠올랐기에, 난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게 나의 삐죽삐죽 터져 나오는 나의 우울을 다스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신랑은 당구장에서, 나는 카페에서 치열한 시간을 각자 보낸다. 그 후 신랑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차 안에서 각자의 설렘과 감동을 나눈다. 서로의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신랑은 당구 이야기를 하고, 나는 내가 쓴 글을 읽는다.  따로 또 같이. 그렇게 켜켜이 우리의 삶을 쌓아나간다.


글이 늘었어


신랑이 내가 읽어주는 글을 찬찬이 듣고나서 한 말이다. 순간 놀라서 멈칫했다. 다른 글벗들의 성장만 바라봤던 나에게 참으로 뜻밖의 평가였다. 난 내가 멈춰있다 생각했다. 혼자만 그렇게 뒤떨어져 있다 착각했다. 슬며시 드리워진 무기력이란 그늘 속에 있는 나에게 신랑은 햇볕같이 따스한 말을 건넨다. 내적 성장 그리고 글이 자라나는 신비가 내 인생에도 일어나고 있다니, 갑자기 마음 깊숙이부터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둥둥. 박자가, 리듬이 나를 깨운다. 


'나의 글도 자라고 있어!'








글울림공간 with 작은물방울 함께하실 분을 찾습니다. (온라인 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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