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V페라리, 7000 RPM 모든 게 사라지는 순간
*앞부분은 포드v페라리에 대한 영화평입니다. 뒷부분 빨간 글씨부터 패러디입니다. 시간이 없으신 분 또는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은 뒷부분만 읽으셔도 좋습니다.
7000 RPM.
모든 게 사라지는 순간. 운행하는 자동차의 속도가 붙을 대로 붙은 상태. 남는 건 공간과 시간을 움직이는 몸. 그때 난 너에게 묻는다.
"넌 누구니?"
(Rpm 은 분당 회전수로 알피엠이 높을수록 속도가 높아질 확률이 크다)
우연히 보게 된 <포드 v페라리>. 이 영화는 예상을 뛰어넘게 감동받은 영화이다. 위 내레이션은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한 줄로 표현하면, 차와 속도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다.
조금 더 배경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포드는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자동차 회사이다. 페라리는 이탈리아의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이다. '포드'라는 회사는 영업부진을 타계하기 위해 레이싱에 참여하려 하고, 우승을 위해 사활을 건다. 그러던 중 더 가볍고, 더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해, 자동차와 속도를 사랑하는 셸비와 켄을 영입한다. 특히, 켄이 차의 개발과 카레이서로의 자질을 발휘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사실 난 영화의 제목만 듣고, 뻔한 영화라고 오해했다. 미녀 몇 명 등장하고, 도시에서 무자비로 달리는 그런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색안경을 껴도 너무나 찐하고 검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난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집중했다. 아니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했다.
켄과 셸비의 자동차, 레이싱에 대한 순수한 사랑. 포드란 거대한 회사의 불합리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폰서여서 대항하기 힘든 불의에 대한 갈등구조, 켄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애잔한 장면 등 속도와 재미, 그리고 스토리가 모두 합격점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여서 더 신뢰감이 갔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레이싱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들의 마음을 훔칠 경주, 특히 예전에 있었던 르망 24란 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하게 된다. 르망 24는 24시간 동안 트랙을 도는 죽음의 레이싱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카레이싱은 더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된다.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주인공(켄)이 죽을 것만 같은 복선이 등장해, 계속 긴장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볼 수도 있는 독자를 위해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 다만, 영화에서 본 멋진 인상 깊은 대사를
나의 상황에 맞게 패러디해봤다.
분당 1700타.
키보드의 자판이 보이지 않는 순간. 손가락의 속도가 붙을 대로 붙은 상태. 생각과 글이 하나 되는 순간. 남는 건 하얀 흰 종이에 써 내려간 검은 글씨뿐. 그때 난 너에게 묻는다. "넌 누구니?"
카레이싱의 속도감을 보며, 내 글의 속도를 생각해본다. 생각의 속도보다 타자수가 너무 느린 건 아닌지, 또는 너무 위험하게 빠른 건 아닌지. 머릿속 떠오르는 바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순간, 키보드와 물아일체 될 때의 몰입감을 글 쓰는 이는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그 순간이 주는 쾌감.
자동차 경주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한 게 키보드 치는 속력이라니, 글에 대한 나의 사랑도 참 유별나구나 싶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오늘도 글을 쓰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분당 1700타, 그 황홀한 순간. 나의 생각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그 순간. 검은 글씨가 달려가는 그 순간. 키보드 소리조차 희미하게 들리지 않는 그 순간. 난 당신께 묻고 싶다.
당신의 존재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