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시그널 3, 시청 후기
나는 결혼 6년 차가 되었다. 연애 때는 몰랐는데, 신혼 때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느덧 설렘이란 감정에 무덤덤했었다. 흐르는 시간 속 내 두근거리는 감정은 무덤 속에 갇혔다. 이런 나의 마음에 들썩거리는 느낌을 가져다 준건 다름 아닌 TV 속 청춘 남녀들의 삶으로부터였다.
“넷플릭스 무료로 한 달 볼 수 있대”
평소 티브이 보는 걸 즐겨하는 신랑은 신이 나서 말했다. 나 같은 경우 tv 프로그램을 돈 주고 다시 시청하는 걸 즐기지 않았다. 본방송으로 보면 공짜인걸 한편에 1500원 한 달에 만원 가까이 결제하는 게 아까웠다. 신랑은 달랐다. 업무상 갑작스러운 일정이 잦아 원하는 방송을 못 볼 때가 종종 있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신랑은 서슴없이 재방송을 다시 볼 수 있는 결재 버튼을 누른다. 영화 한 편 보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해서 영상을 보는데 드는 비용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런 신랑 덕에 나 또한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는 이용권을 구매하는 데 있었던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에 알게 된 넷플릭스.
넷플릭스를 처음 본 사람들은 다 맛봤을 신세계를 나도 맛보았다.
이태원 클래스, 하트 시그널 3, 8월의 크리스마스, 정직한 후보 등을 보았다. 난 그중 하트 시그널 3에 푹 빠졌다. 새벽 3시까지 잠자는 신랑을 옆에 두고 영상을 보며 설렘의 출렁거림에 푹 빠졌다.
하트 시그널은 채널A에서 하는 한 연예 방송 프로그램이다. 2020 젊은 남녀 8명이 ‘시그널 하우스’에 함께 동거하며 펼쳐지는 무한 썸의 세계를 그린다. 서로 사랑의 시그널을 보내는 입주자는 남자 4명, 여자 4명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썸도 있고 우정도 있는 싱그러운 20대의 설렘이 내 맘에 들어왔다. ‘시그널 하우스’의 스토리는 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젊은 날의 나의 추억이기도 했다.
남자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미국 페이스북에서 일하다가, 한국 핀테크 업계에 러브콜을 받고 돌아온, 엄친아의 정석, 천인우
섬세한 감성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을 조각하는 좋은 사람, 정의동
스위트 한 매너와 세련된 제스처를 갖춘 브랜딩 마스터 , 임한결
연애계의 정글에 들이닥친 사자, 이름만큼 강렬한 남자, 김강열
여자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영화 속 첫사랑을 닮은 그녀, 모든 남자 출연진의 하트를 받았던, 박지현
쿨한 센스에 트렌디한 말투,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지 될 준비가 되어있는, 이가흔
남초 공대에 있는 독보적으로 예쁜 아름이, 사랑에 있어선 직진녀, 서민재
단아한 외모, 솔직한 말투, 먹방계의 정석, 천안나
(하트 시그널 프로그램 설명 참조)
출연진은 모두 연예인 급으로 잘 생기고, 예뻤다. 스펙 또한 굉장히 화려했다.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탄이 흘러나올 만큼.
모든 출연자들이 다 매력적이지만, 나의 마음을 훅 가져갔던 출연자의 대사를 말해보겠다.
모든 여성들의 로망, 이가흔.
맞다. 이가흔은 여성 출연자이다. 역시 예쁘고 센스 넘치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와 행동은 더 세련되고 멋졌다. 이가흔은 천인우와 첫 데이트를 한다. 첫 데이트 장소는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이었다. 이 공방에서 서로의 앞치마를 해주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이가흔이 천인우의 앞치마를 해주며 건넨 말은 바로
"3대 500 치나 보네!"
이 말을 듣자마자, 천인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기분이 좋은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 말의 뜻을 못 알아들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3대 운동(벤치프레스, 스퀘트, 데드리프트)을 합쳐서 500kg, 이상 드는 걸 말한다. 이 말을 다른 사람도 알아듣는지 궁금해서, 개인 헬스 PT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 3대 500치 세요?”
반문하지 않고 바로 알아들으셨다. “예전엔 600까지 쳤었어요.”라고 대답을 이어가셨다. 운동 마니아 집단에서 통용되는 말이었다. 이가흔이 한 말은 몸이 좋다는 의미를 내포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도 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또 하나 이가흔의 심쿵 포인트가 있었으니, 천인우가 밝은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에 대답하는 장면이다.
"난 밝아. 사실 난 네가 원하면 뭐든지 될 수 있어"
진짜 멋진 여자, 센스 있는 여자 이가흔. 내가 언니지만, 이런 언니 갖고 싶다.
또 하나의 매력쟁이(진실을 말하면 하트 시그널 8명 모두 매력쟁이)가 있었으니, 첫사랑의 아이콘 박지현이다. 박지현은 첫 입장에서 환한 미소를 띠며 들어온다. 한 겨울의 코스모스라고 비유될 정도로 정오의 햇살로 표현될 정도로 빛나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녀가 등장할 때면, 남자 출연진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거실에서 다른 출연진들과 게임을 하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박지현이 등장하자 어떤 남자 출연진이 벌떡 일어서는 거 아닌가. 다른 남자 출연진들도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이 장면을 보자 또 현실에서 써먹고 싶어 졌다. 신랑과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나. 문 밖에서 내가 들어올 때 신랑은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얼른 일어나 밖에 나갔다가 문 안으로 들어왔다. 신랑이 궁금한 듯 물어봤다. “ 왜 나갔다 온 거야?” 나는 매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맞춰봐!” 신랑은 알았다는 듯이 대답한다. “방귀 뀌었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옛날엔 로맨스였는데, 이젠 코믹밖에 안되는구나!
하트 시그널은 나에게도 두근두근했던, 연애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명동 한복판에서 “사랑해”라는 고백을 받은 것도, 비 오는 날 하나의 우산을 쓰고 갔던 것도(우산이 두 개여도 무조건 하나로 쓴다.), 처음 신랑이 나에게 고백한 장면도 떠올랐다.
방송이 끝나고 시그널 하우스에 입주한 8명의 입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워낙 튀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라 일상에서 잘 눈에 띄는 듯하다. 이러한 관심이 그들의 인생에 긍정적 영향만을 미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셀렘을 무덤 속에 간직한 채 살아온 나에게 준 하트 어택들은 정말 소중했고,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이 곱게 간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글을 통해 내 마음속에 설렘 폭탄을 날린 8명의 청춘 남녀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