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물방울 Feb 22. 2021

불멍, TV멍, 그리고 꽃멍

함께 꽃멍을 즐겨요!

멍 때리기 대회가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행동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없이, 의식 없이 한 곳을 초점 풀린 채 응시하는걸 멍 때린다고 한다. 



선사시대에 사람들은 불멍이란 걸 했다고 한다. '사냥' 이란 고도의 긴장된 상태에서 '안락한 동굴'로 오면, 불을 피워놓고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을 보며 무념무상을 즐겼다한다. 이것이 불멍이다.



현대인들은 불멍 대신 TV멍을 한다고 한다. 바쁘고 스트레스 많은 사회생활에서 릴랙스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돌아온 뒤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사실 난 티브이를 계속 보는 신랑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옛날의 불멍과 같은 게 TV멍이라 생각하니, 신랑이 가여우면서 단번에 이해되었다. 그래서 TV를 보고 있을 때 그냥 둔다. 스스로 치유의 시간을 갖도록.



요즘 내가 좋아하는 멍 때리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꽃멍'이다. 꽃멍은 꽃을 보며 멍 때리기를 하는 거다. 아무 행위를 하지 않고, 마냥 꽃을 바라보는 거. 색을 좋아하는 나로서, 천연의 색인 꽃을 바라보는 게 내 안에 숨을 불어넣어준다. 멍 때리며 바라만 봐도, 생기 있는 꽃의 기운이 내 뾰족한 마음에 닿는다. 눈가가 뜨거워지기도 한다.



아주 어렸을 때,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도 난 생화를 좋아했던 것 같다. 어버이 날이었고, 큰집에 친척들이 모여있었다. 다들 부모님 드릴 카네이션을 생각했고, 몇 명은 카네이션을 색종이로 만들었다. 난 생화 카네이션이 더 선물로 가치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멀리 시장에 나가 생화를 사서 아빠께 드렸다. 선물을 받은 아빠는 화가 나셨는지 카네이션을 현관 밖으로 내던지셨다. 그때 마음에 큰 스크레치를 받고, 생화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자랐고, 결혼도 했다. 나만의 공간도 생기고 나만의 취향도 생겼다.  어렸을 때의 감성은 어느덧 자라 꽃을 한 번씩 산다. 아직도 꽃을 사기 전에는 많이 망설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천덕꾸러기가 되는 꽃 따위를 사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죄책감부터, 그래도 참 아름답고 예쁘고 힐링인 꽃이라는 생각 까지. 몇 번을 더 마음속에서 망설이다가 오늘 큰 맘먹고 꽃을 샀다.


큰 맘먹고 꽃을 샀다.


며칠 전부터 노란 꽃이 아른거렸기에 노란 꽃들로 꽃을 구매했다. 며칠 전 힘들었던 게 조금씩 치유받는 느낌. 꽃 멍을 한참을 한다. 일층에 전에 씻어두었던 화병에 물을 받아 꽃을 꽂는다. 이리저리 예쁜 모습을 만들기 위해 만지작 거린다. 꽃이 오후보다 더 피어난다. 내 마음도 조금 더 열린다.



다시 꽃에 다가갈 수 있어 다행이다. 시인들 중에서는 꽃을 소재로 쓴 시가 많던데, 쓸모없음보다 아름다움이 더 가치로운 걸까? 


꽃 사진을 카톡 이곳저곳에 퍼뜨려본다. 나만의 즐거움이 아닌 모두의 즐거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잠시 꽃멍에 빠지는 건 어떨까?



집에 와서 화분에 담아 보았다.
튤립 한송이 빼서 놓기도 하고, 여기저기 만져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니, 한번 자세히 본다.
뒷모습도 이쁘면 어쩔 거? ㅠㅠ 꽃멍 너무 좋다
너는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




꽃멍!
 
어떠셨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