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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Aug 26. 2021

잘 풀려라~ 부자 돼라~

딸의 새 집에 오신 친정 부모의 선물


새로운 집에 드디어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기 전까지 두 집 살이를 했다. 이사 올 집이 사람이 있으면, 딱 당일에 이사를 했을 텐데, 새로 갈 집이 비어있어서, 계약하고 들락날락했다. 설렘이 한가득 있었다. 원래 살던 집의 살림과 새로 갈 집의 왕래가 우리 부부를 아주 매우 피곤하게 했다. 




디데이가 밝았다. 아침 8시에 이삿짐센터에서 온다고 했는데, 부지런한 이삿짐센터분들은 8시가 되기 전에 도착을 하셨다. 결혼 전 친정 이사 때도 느꼈지만, 이삿짐 전문가는 완전 전문가셨다. 2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5년을 넘게 살았던 집의 흔적을 말끔히 없애주셨다. 5년 동안 많은 추억과 짐들은 5톤 트럭에 실리고 우리는 새로운 집으로 출발하였다.  



새로운 집의 형태는 타운하우스이다. 3층짜리 단독주택이다. 그래서 계단이 많다. 이사를 나르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짐이 와야 하니까. (일하시는 분들께 일일이 인사하며, 별도로 조금의 정성(돈)을 이사 시작 전에 챙겨드렸다. 감사한 마음도 담았지만, 계단이 많아, 쉽지 않은 이사 형태여서 더 그랬다.)




이사를 하니 친정 부모님도, 시댁 부모님도 좋아라 하신다. 특히 시댁 부모님은 전날부터 오셔서 계셨다. 이것저것 반찬도 많이 해주셨다.





딸이 타운하우스에 온다고 하니 친정 엄마, 아빠도 기분이 좋다고 하신다. 엄마는 아침 일찍 팥시루떡을 보내셨다. 한말을 보내셔서 푸짐하게 이웃집과도 나눠먹고 이사해주시는 분들께도 대접했다. 나머지 떡은 냉동실에 넣었다. 사실 이번에 알게 된 이사 관습들이 있었다. 팥시루떡을 집 곳곳에 놓아두면, 귀신을 쫓는다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삿날 떡까지 신경 쓰기 싫어서, 엄마께 안 해주셔도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엄마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엄마가 신경 써서 해주시는 건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팥시루떡을 주문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엄마가 좋아하셨다. 덕분이 옹골지게 잘 먹었다.




다른 이사 관습은 밥솥을 안방에 두는 것과 소금을 현관에 두는 것. 밥솥은 부를 이루게 도와주고, 소금은 액운을 쫒는다고 한다. 엄마의 권유에 둘 다 했다. 뭐,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엄마가 주문해주신 떡



반면, 친정 아빠의 축하 방식은 친정 엄마와 달랐다. 처음에는 이사에 걸리적거리는데 왜 가냐며, 오시기를 꺼려해셨다. 하지만, 이사가 다 끝나자,  딸네 집 한번 가볼까 운을 띄우셨다. 아파트에 살 때에는 새집 살림 마련하기 전 전세 잔금 치르고 딱 한 번 방문하셨다. 그 뒤로 오신 적이 없다. 하지만 타운하우스로 이사오니 자주 오고 싶으신 눈치이다. 아무래도 정원도 있고, 집도 공간의 여유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짐 정리가 안되었지만, 부모님이니 오신다는 걸 거절할 수 없었다.



아빠는 이사 가는 딸 집에 처음 방문하니, 두루마리 휴지를 사가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잘 살라고. 집 근처 마트에서 아빠는 한 가득 휴지를 담으셨다. 시간이 맞춰져서 아빠와 함께 마트에 갔다. 화장지 코너에 가니, 휴지의 각종 이름이 참 재미있었다. 부자 되는 집, 잘 풀리는 집, 돈 잘 버는 집 등 별난 이름이 많았다. 집들이 선물에 잘 살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선물하나 보다. 아, 그래서 잘 풀리는 집이구나!! (휴지는 잘 풀려야 하니까!, 덩달아 우리도 잘 풀려야 하니까!)



아빠가 사주신 두루마리 휴지




딸이 새집에 이사오니 엄마도 아빠도 좋으신가 보다. 시댁 엄마는 전세 살 때 전세금 올려줄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고 하셨다. 집 사서 오니 얼마나 좋냐고 하시는데, 사실 대출이자가 전세 살 때보다 상상초월로 많은데, 잘 모르시나 보다. 집에 살지만 은행에 월세 내고 사는 기분이랄까?





뭐, 이랬든 저랬든,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니 나도 참 좋다! 은행이자는 열심히 벌어서 갚으면 되는 거지, 이렇게 일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찾았다.




* 본 글은 작년 9월 16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사 1주년 기념으로 집과 관련된 글 정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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