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
난 귤을 좋아한다. 대다수의 과일들은 껍질을 벗기는데, 칼이란 도구가 필요하지만, 귤은 다르다 손만 있으면, 몇 번 주물 거리다 까면 된다. 귤을 손으로 마사지해주는 이유는 그런 행위가 귤의 단맛이 더 나오게 한다고 한다. 그러다 꼭지에 흠집을 낸 뒤 차례로 벗겨주면 된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다섯 번 정도 벗기면, 껍질보다 더 연하고 탱탱한 오렌지빛의 속살이 나온다.
귤은 갈라서 먹기도 편하다. 안에 손으로 조각내기 좋게 얇은 껍질로 포장되어 있다. 연인이랑 나눠먹기도 좋고, 혼자서 크기 조절해서 먹기도 좋다. 배부르면 하나하나씩 떼어먹고, 주로 2~3개씩 떼어먹는다. 어떤 사람은 한입에 한꺼번에 다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먹기도 한다.
귤에는 종류가 다양하다. 처음 혁신적으로 다가온 귤은 한라봉이었다. 꼭지가 한라산처럼 툭 튀어나와있다. 껍질도 오돌토돌한 게 제주도가 연상되는 모양이다. 꼭대기 튀어나온 부분을 떼어내면, 좀 더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다. 약간은 흰색이 더 보이는 모양이다. 크기는 꽤나 크다. 알갱이가 커서 씹는 맛이 독특했다. 씹을 때마다 과즙이 톡톡 입안에 튄다. 처음 한라봉을 접하고 굉장히 좋아했다. 대학교 다닐 때 처음 접했는데, 새벽에 컴퓨터 하며 놀며 하나씩 까먹을 때의 재미가 생각난다.
내가 좋아하는 귤 종류 중 최고는 천혜향이다. 천혜향은 일반 귤보다 크기가 크다. 야구공보다 살짝 더 큰 크기이다. 고급 과일에 속하기도 하고, 1~2월에 나오기도 해서 설 선물로도 적당한 과일이다. 공보다는 약간 납작하다. 그래서 주무르는 맛이 있다. 껍질이 다른 귤 종류보다 많이 얇다. 껍질을 벗기다 속살에 흠집 내기가 쉽다.
신랑은 나의 과일 취향을 잘 안다. 얼마 전 신랑이 천혜향 한 박스를 사 왔다. 귤 한 박스를 선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난 괜히 신랑에게 핀잔을 줬다. "귤이 그렇게 많은데, 천혜향 사 왔어?"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이 앞에 있으면 참기 힘들 듯 나의 손이 자꾸 냉장고 과일실의 천혜향으로 향한다. 배고파서 하나, 입이 심심해서 하나. 그렇게 쏙쏙 천혜향만 빼먹는다. 그런 나를 발견한 신랑은 "천혜향 사 오지 말라며~ 되게 잘 먹네" 서운했던 마음을 표현한다.
내 앞에 천혜향이 있다. 지금이 제철은 아니라 크기가 조금 잘지만, 여전히 맛있다. 좋아하는 과일을 마음대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하다. 2단 접시에 천혜향, 귤, 오렌지를 올려보니다. 시큼 새콤한 향이 난다. 최애 과일 천혜향을 집어 든다. 살짝 천혜향 마사지 시간을 갖는다. 주물 거리며 '맛있어져라' 주문을 건다. 이제 꼭지에 흠집을 내고 껍질 벗기기. 귤의 작은 입자 방울이 코를 자극한다. 눈도 시큼하다. 속살을 할퀴지 않기 위에 조심하지만, 쉽지는 않다. 안에는 여러 조각이 뭉쳐있다. 두 조각을 떼어 입에 가져가본다. 톡 튀는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손쉽지만 제일 맛있는 천혜향을 먹고 있다. 신랑에게 주었던 핀잔이 미안해지고, 내 마음은 신랑의 배려로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