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첨물 Dec 07. 2021

찰나의 순간 빛과 물질이 만났을 때

새벽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생각해본다.

찰나는 불교에서 75분의 1초, 0.013초라고 한다.

아주 짧은 시간을 말한다.

이 불교용어를 엔지니어는 멋이 없게 13ms라고 한다.


그런데 13ms 보다 1/1000 짧은 것이  13us (마이크로 세컨드)

그리고 그것보다 1/1000 짧은 시간을 13ns (나노세컨드)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것의 1/1000 짧은 시간인 ps (피코세컨드)와

그리고 그것보다 1/1000 짧은 시간 fs (펨토 세컨드)의 시간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1초를 1000000000000000 로 나눈 시간...

과거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빛을 이 짧은 시간동안 통제한다.

정확히 말하면 레이저(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를 만들어 자유롭게 위에서 말한 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라식수술, 피부과 치료로 이미 널리 사용하고 있는 이 짧은 순간의 빛을 인간은 자신의 몸에 비추며 안보이던 눈이 보이게 되고, 늙어가는 피부를 젊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마냥 짧은 시간의 빛으로 몸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요즘 하고 있는 실험이 이 짧은 순간의 빛을 인간이 좋아하는 귀금속 중의 하나인 은(silver, 원자 기호 Ag)에 비추어 따뜻하게? 데워 성질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 접하게 된 이 신비로운 기술을 아무 느낌 없이 실험 계획을 짜고 샘플을 준비해서 실험을 한다.

쿨하게~~


그리고 측정하고 그래프를 그려보고 해석한다.

쿨하게~


그러고 보면 엔지니어들은 참 놀라운 세계를 마주하고도 감동을 잘하지 않은 족속들이다.

찰나의 순간을 1000분의 1로 쪼개고 그것을 다시 1000분의 1로 쪼갠 시간의 빛을 반짝이는 은 물질에 5번 또는 10번을 때려보는 실험을 하면서도 아무 감흥이 없다. 쿨하게 저항을 측정할 뿐이다.

저항... 전자가 얼마나 잘 흐르는지를 보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을 시뮬레이션으로 직접 해 본다.

콤솔이란 프로그램으로 나노초 단위로 레이저를 물질에 비출 때 온도가 얼마나 오를지...

200도? 300도? 레이저의 파워를 높이거나 반복 주기를 다르게 하면서 빛이 물질과 만나면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지 온도를 예측하는 작업을 한다. 아무 느낌없이 쿨하게~~


이것이 요 몇 달간 했던 나의 실험일지이다.

실험 조건에 따른 측정 결과를 R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멋지게 그래프로 그려지는 것을 보았을 때

비로소 스스로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얼마 전 본 동영상이다. 인간이 pico second로 빛의 궤적을 촬영하여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빛을 볼 수 있는가?라는 선인의 질문에 현대인들은 과감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시간의 빛을 쪼여주는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 과정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초에 지구 7바퀴 반을 돈다는 엄청나게 빠른 빛을 쫓아가며 촬영하는 카메라 감독

그들을 우리는 과학자라고 부른다.


뉴턴이 프리즘으로 빛을 갈라보며 파장에 따른 색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지 3백 년,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만든지 100여년이  지난 현대 인간들은 빛의 흐름이 아닌 빛 뭉치들을 만들어 궤적을 촬영할 수 있게 될 줄이야...

그리고 앞으로 3백 년이 지난 미래인들은 과연 어떤 것까지 할 수 있을지 상상을 해 본다.




https://youtu.be/7Ys_yKGNFRQ?t=663


https://youtu.be/--ZTv-gk0g0



매거진의 이전글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