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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Nov 21. 2021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

격물치지의 마음으로...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나의 삶이 유니크할까? 온 우주를 생각하지 않고 지구라는 바운더리로 한정 지을 때, 역사상 많은 이들이 살다 떠난 이곳에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란 존재는 특별한 존재일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20여 년을 보내며 많은 기술을 익혔다. 다만 그것이 바이올리니스트처럼 숙련된 어떤 하나의 기술이기보다는 LCD, OLED, Micro LED 등의 정보를 눈에 보이도록 하는 기술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이다. 때론 공장에서 어떻게 단위 공정이 진행하느냐를 배웠고, 때론 불량을 어떻게 분석하고 분석된 데이터를 해석하는지에 대해 배웠으며, 그 원인을 밝히기 위에 논문을 보고,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실험 계획법에 따른 실험을 통한 검증방법을 익혔다. 마치 소림사에 들어간 한  무사가 다양한 수련을 통해 또는 대결을 통해 무술을 익히듯이 배웠고, 실전에 사용해보면서 내공을 쌓듯이 한걸음 한걸을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보았다. 나의 위치가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기왕 무협 세계로 비유하였으니 예전에 재밌게 보았던 야인시대를 떠 올려보았다. 종로 일대를 주름잡았던 김두한과 이북에서 내려와 명동 일대에서 활약했던 시라소니... 둘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지만 성향은 달랐다. 조직을 가지고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며 결국 정계에 진출했던 김두한은 사람을 부릴 줄 아는 깡패였다면 혼자 다니다시피 하며 중국과 평양을 거쳐  이름을 날렸던 시라소니. 둘이 붙으면 누가 이겼을까? 이것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던 드라마 장면이었다.

[출처] https://programs.sbs.co.kr/drama/period/clip/51119/22000335950


현실은 어떨까? 조직대 개인이 붙을 경우, 개인은 백전백패한다. 세력을 가진 이가 승리를 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조직을 가지고 엔지니어에서 매니저로 역할을 바꾸는 루트와 계속 엔지니어로 기술을 개발하는 부류로 나뉜다. 한국 기업의 조직 문화상 전자의 역할이 성공이었고, 후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패배자의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매니저에서 별을 따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성공루트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고과권을 가지고 있는 보직장의 권한은 막강했고, 그 힘으로 조직을 장악하고 성과를 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있다. 조직은 피라미드에서 역피라미드 구조가 되었고, 퇴직 연령 상승에 맞추어 진급 적체로 인해 신입과 과장이 모두 부장이 되어 만나는 시대가 되었다. 산업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잘 나가던 업계가 순식간에 사라져 없어져 버리면서 이전에 가졌던 기술들이 무용지물 되기도 하면서 회사생활을 연장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보직장으로 몇 년 있으면서 임원이 되지 못할 경우, 후배에게 그 자리를 주고 내려오는 사례가 늘었고, 지시하는 입장에서 지시를 받는 입장을 감수하고 회사를 다니는 선배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물론 그 '수모'로 인해 자존심이 상할 경우, 회사를 떠났다. 한국 특유의 '존댓말' 문화와 선후배 문화 속에서 공무원 사회가 아닌 사기업 내에서 큰 과도기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삼성의 인사제도 변경에 대해 떠들썩함이 있었다. 동료 평가제도와 보직장이 수시로 면담하고 일정과 업무 목표를 지시하고 기록한다고 한다. 그리고 직급을 없애고 보직장과 나머지로 이분화한다고 한다. 선후배가 아닌 모두 팀원이 되는 시대가 된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어떤 조직 문화를 가져올까? 업무 지시와 업무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나이 어린 후배에게 업무 목표를 받고, 일정 지시를 받을 수 있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미 외국계 기업에서는 자연스러웠던 이런 기업 문화가 삼성을 필두로 한국사회에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한 느낌이다. 전문적으로 일정과 자원 관리를 하는 프로젝트 메니져 교육을 받은 PM이 과제를 관리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와 매우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되어 일을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나면 헤져 모여서 다른 PM과 같이 일하는 문화. 그리고 업무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과감히 퇴사를 권고하는 문화까지...


 직장의 이동이 좀 더 자유로운 IT 계열이 아닌 하드웨어 제조업에서도 과연 이런 소프트한 문화가 잘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시대가 되면 김두한보다는 시라소니가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던 70대의 오영수 배우의 인터뷰가 어렴풋한 답을 줄 수 있지 않을지...

[출처] https://youtu.be/oXsu3wu1sl0
[출처] https://youtu.be/oXsu3wu1sl0


 


 그리고


엔지니어로 살아가는 것.

그 목표는 과거 한 임원이 말씀해주셨던 아래 사자 성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격물치지' : 사물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여(격물) 지식을 넓히는 것(치지).


[출처] http://m.igimpo.com/news/articleView.html?idxno=4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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