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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Sep 14. 2022

하얼빈

동양평화를 꿈꾼 청년 안중근

추석 연휴 동안 틈틈이 읽었다. 김훈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작가의 말투가 머릿속에 맴돌다가 나도 모르게 그의 어투로 생각하게 된다. 간결한 문장체가 너무 좋다.

다 읽고 나서도 안중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안중근의 동양 평화와 이토 히로부미의 동양 평화가 계속 부딪치며 회오리가 만들어진다.

나이 서른의 청년 안중근이 70에 가까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감옥에서 써 내려간 동양평화론




찬찬히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며 그의 생각들을 더듬더듬 알아보았다.

단순히 애국지사 안중근이 아닌 1910년의 청년 안중근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계속 생각해보았다.




2022년의 세계질서는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도발이 여전히 그 기세가 만만치 않다. 영국 여왕이 96세로 죽고, 아베는 총에 맞아 죽었다. 유럽은 독일 중심으로 EU가 움직이고 있고 남미와 아프리카는 세계 뉴스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약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세계는 왕조 국가에서부터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등의 도시국가 형태까지 거대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펼쳐 쳐 있지만 그 질서는 2차 세계대전 후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럼 2차 세계대전 전은 어떠하였을까?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의 제국주의를 표방한 나라들이 세계를 줄 거가면서 땅따먹기 하던 시절 아닌가? 미국 또한 영국으로부터 독립 전쟁을 한 후 남북전쟁을 거쳐 필리핀 등을 식민지로 삼았던 시절 아닌가?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이 전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 그때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안중근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서구 열강이라고 표현되는 백인들의 아시아 침략 전쟁 중에 러일 전쟁으로 아시아인이 최초로 백인을 물리친 모습을 본 안중근은 통쾌하다고 하였다.


통쾌하도다! 장하도다! 수백 년 동안 행악하던 백인종의 선봉을 북소리 한 번에 크게 부수었다. 가히 천고의 희한한 일이며 만방이 기념할 자취이다. 당시 한국과 청국 두 나라의 뜻있는 이들이 기약 없이 함께 기뻐해 마지않은 것은 일본의 정략이나 일 헤쳐나감이 동서양 천지가 개벽한 뒤로 가장 뛰어난 대사업이며 시원스러운 일로 스스로 헤아렸기 때문이었다.



참조 : 위키피디아


그리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시아인들이 뭉쳐서 백인들을 물리치자. 그것은 쑨원의 아시아주의나 일본의 오족공화( 일본인과 만주인몽골인중국인조선인 다섯 민족이 힘을 모아 왕도 낙토라는 지상낙원을 세우자)와 비슷했을 것이다. 당시 분위기가 그랬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갔다. 그러나 일본의 난징 대학살과 조선에 대한 무자비한 폭압 정치를 본 안중근은 슬프다고 표현했다. 한국, 청나라, 일본이 평등하게 단결하여 서구 열강을 물리치면 좋을 텐데라는 그의 생각은 그 당시 글로벌 시야를 가지고 나름의 방법을 제안한 것은 훌륭하지만 너무 순수하다 못해 비현실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나 또한 때때로 백년전쟁과 1,2차 세계 대전 등 수없이 싸웠던 유럽인들이 EU라는 공동체로 묶여서 평화를 유지하고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부럽고, 한중일은 그렇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하곤 했다. 인중근은 EU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꿈을 꾸었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슬프다! 천만 번 의외로 승리하고 개선한 후로 가장 가깝고 가장 친하며 어질고 약한 같은 인종인 한국을 억압하여 조약을 맺고, 만주의 장춘(長春)이남인 한국을 조차(租借: 땅세를 주고 땅을 빌림)를 빙자하여 점거하였다.


이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의 식민지였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이라는 아시아 민족이 서구 열강을 내쫓아 내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힘을 보탰다고 한다. 그러나 권력은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 진리인 듯 자리만 바뀌었을 뿐 더 악랄하게 짓밟는 일본인들에 의해 아시아 국가들은 하나둘씩 그들의 식민지가 되어갔다. 


일본의 식민지


결국 일본이 꿈꾸었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세계지도를 반으로 나누었듯이 독일과 일본은 세계를 반반 나누어 지배를 하려고 했다.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지도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과 전면전을 치른 일본은 결국 미드웨이 해전을 기점으로 원자폭탄 두발로 항복을 하였다. 그러고 나서 세계는 승전국 미국과 소련으로 재편되었다. 빨강과 파랑색으로 칠해진 세계지도.


1959년의 냉전 관계 지도. 파랑: 북대서양 조약의 회원하늘색: 미국의 기타 동맹국초록: 식민지 지역빨강: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연한 빨강: 소련의 기타 동맹회색: 중립국


2차 대전이 독일과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면 색깔만 다를 뿐 비슷하게 세계는 전체주의와 군국주의로 나뉘었으리라...


그리고 2022년 세계는 소련 해체 이후 최강 미국의 군대가 곳곳을 지키며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고 있다. 

현재 미군 주둔 지역


안중근의 꿈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이었을까? 해방된 조국, 그러나 분단된 조국은 아직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세력 다툼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언젠가 많은 이들이 EU를  꿈꾸었던 것처럼, 아시아 평화 연대를 꿈꾼다면 청년 안중근의 꿈은 허황된 것만은 아니리라. 그것은 후대의 몫일 것이다. 


[안중근의 5대 구상]

    뤼순을 중립지대로 하여 대한제국, 일본제국, 청 3국의 협력을 위한 기구를 설치할 것.  

    대한제국, 일본제국, 청 3국의 공동 은행을 설립하고, 공용 화폐를 사용할 것.  

    대한제국, 일본제국, 청 3국이 연합군을 창설하여 서양 제국주의 침략에 공동으로 맞설 것.  

    대한제국과 청은 일본제국의 지도 아래 경제 개발에 힘쓸 것.  

    대한제국, 일본제국, 청 3국의 황제가 로마 교황의 중재 아래,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 관계를 맺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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