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교수님의 안전을 기원하며...
2007년 6월쯤 1박 2일로 우크라이나에 간 적이 있다.
AKU (America-Korea-Ukraine) Workshop이라는 조그만 학회인데, 한국, 미국, 우크라이나 3국 교수님들이 모여 액정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학회였다. 당시 나는 biaxial liquid crystal 연구를 진행하였고, 지도 교수님 대신하여 발표하러 키이우(키예프) 한 오래된 대학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와이프 뱃속 큰 아이가 7월에 출산을 앞두고 오늘내일하고 있어 오래 있을 수 없기에 발표만 하고 돌아온다고 무리하게 일정을 잡고 떠났다.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직항이 없기에 모스크바 공항에서 환승을 하였는데, 영어 표지판이 없어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발표하고 아쉽게 좀 더 많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 중에 우크라이나 교수님에게 액정, 통계 물리 등의 수업을 들었다. Victor M. Pergamenshchik 교수님이신데, 이름이 너무 길어 우리는 빅터 교수님이라 불렀고, 그는 이론 물리 전공이셨다. 2011년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수업.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하여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유쾌하시고 엄청 터프하셨던 그에 대한 기억이 난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뉴스를 보면서 갑자기 빅터 교수님이 생각났고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링크드인으로 찾아본 교수님은 우크라이나의 유명한 국책연구소에 있으셨고, 다행히 그의 메일 주소를 알게 되어 안부 메일을 보냈다. 안전하신지...
그리고 오늘 아침 그의 답장을 받았다.
당신에게서 편지를 받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예, 우리는 피비린내 나는 무자비한 러시아 침공의 상태에 있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가격은 이미 매우 높습니다. 그들은 민간인을 포격하고, 여성과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인은 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심지어 히틀러도 더 인간적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Larysa와 함께 서부 도시 Lviv에 있습니다. 곧 우리는 폴란드 바르샤바 센터로 이동할 것입니다. 물리학. 우리에게도 삶은 극도로 긴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수천 명의 민간인이 로켓과 폭탄의 포격 아래 지하에서 막혀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당신의 삶에 대해 말해주세요. 최근에 우리 회사에서 누군가를 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친절한 편지에 감사드립니다. 빅터 P
정말 이것이 21세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저편에서 날아온 메일일까 싶었다. 폴란드로 이동 중인 그 메일을 보면서 위급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좀 더 많은 기사들을 읽어보고, 역사적 배경 등도 찾아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오늘 뉴스를 보니, TV에도 나오는 이근 전 UDT 군인이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떠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유럽의 많은 전직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해 의용군 입대를 한다는 기사까지...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을 참가했던 기억으로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책을 썼다는데 과거로만 느꼈던 전쟁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사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유럽과 러시아의 세계대전이 시작되는 것일까? 그동안 유럽 여행을 자유롭게 하던 평화로운 시절은 끝나는 것일까? 미국의 Swift 결재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고, 중립국 스위스 마저 러시아 계좌를 동결했다는 뉴스. 그리고 중국와 러시아. 대만, 북한, 한국까지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면서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될까 생각해본다.
https://www.mk.co.kr/star/hot-issues/view/2022/03/211192/
그리고 찾은 우크라이나 적십자 기부 사이트.
지금 어린이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 벙커에 있거나 피난을 가던 중 죽어가고 있다.
그들을 위한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기대하며...
[우크라이나 적십자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