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문과 출신 일반인에게 양자역학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석, 박사 과정 코스웍 때 도대체 이게 무슨 학문인가? 종교인가?를 외치며 머리를 쥐어짜며 디렉이 만들어 놓은 행렬식과 슈레딩거 방정식을 열심히 풀던 경험은 막연히 양자역학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만을 남겨두었다. 그러다 읽게 된 "얽힘의 시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루아자 길더는 염소 농장에서 젖 짜기와 치즈 만들기를 도와주면서 8년 반 동안 1900년대부터 과학자들끼리 주고받은 편지들을 엮어가며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책이라면 머리 아픈 물리가 아닌 흥미롭게 1900년대 초 천재들의 거대한 물음과 대답의 향연을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독서 모임에 당당히 책을 추천했고, 22년 마지막 달 독서모임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걱정 반 기대 반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마 물리학 전공자들은 이런 느낌을 공감해줄지도 모르겠다.
어떤 장면이 연출될까? 쓰윽 웃음만 나온다.
어떤 걸 이야기 주제로 삼으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키워드들을 죽 적어본다.
1. 영의 이중 슬릿 실험
2. 슈뢰딩거 고양이
3. 측정이란 무엇일까?
4. 국소성과 실재성
5. 아인쉬타인과 보어 논쟁
6. 불확정성 원리
7. EPR 패러독스
8. 벨 부등식
9. 2022년 노벨상 (얽힘)
10. 과학자들의 사고방식 그리고 삶
과연 이런 주제들을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 책이 각자의 삶에 어떤 감동을 줄까?
작가는 과학자 한 명 한 명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들 끼리 주고받은 편지가 얼마나 치열하고 놀라운 역사를 만들었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그러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과학자들을 놓고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1. 아인슈타인 : 그는 혼자서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원리'를 완성했다. 그리고 빛이 입자라는 것을 '광전 효과'를 통해 증명하고 노벨상을 받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아인슈타인과 대화하기를 원했고, 그 스스로도 다른 이들을 세심하게 살피며 새로운 지평을 공동으로 넓혀갔다. 그리고 보어에게 한 유명한 말... "달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양자 역학의 확률적 사고를 의심하고 공격하며 과학의 "완정성"을 추구했다.
2. 보어 : 그는 양자 역학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 공격을 받으면 밤새 고민하며 해결하려는 열정이 있었으며, 양자 역학에 의심이 있었던 파울리, 슈레딩거를 결국 설득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하는 모습이 그 대표적인 인상으로 남았다.
3. 에렌페스트 : 그는 사람들의 연결고리였다. 그 또한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젊은 천재 디렉을 만나고 절망에 빠지는 모습은 천재가 더 똑똑한 천재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과 같았다. 그러나 히틀러 시대에 장애를 가진 아들과 동반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개인사가 마음이 아팠다.
4. 하이젠베르그 : 독일이 낳았고 독일을 대표하는 보어 그룹의 대표적인 과학자인 그는 서로 상보성을 가진 운동량-위치 / 에너지-질량 등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보여주며 양자 역학의 한 축을 이루었다.
5. 디렉 : 소심하면서 조용한 그는 당대 무수한 천재들을 침묵하게 만들 정도의 천재성으로 양자역학을 행렬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보어는 그를 두고 "가장 순수한 영혼"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6. 슈뢰딩거 : 그는 바람둥이였고 잘생겼다. 그리고 파동 방정식을 통해 양자역학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그리고 현대 무수한 대학생들을 괴롭히는 시험문제 단골로 등장한다. 모든 것이 파동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다녔다.
7. 벨 : 스위스의 가속기 센터에서 일하면서 취미로 양자역학을 하면서 잊혀졌던 EPR 논문을 살려내고 아인슈타인의 완전성을 지지하려고 만든 '부등식'이 아이러니하게 양자 역학의 승리를 확인시켜주었다.
8. 러더퍼드 : 지독하게 정밀하게 측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실험물리학자
9. 파인만 : 잘 생기고 스마트한 천재... 우주선 폭발이 베어링 문제라는 것을 밝혀냈고, 사람들에게 물리학을 쉽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을 쓰면서 직접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몸소 보여줌.
음... 이렇게 인물 중심으로 양자역학 역사를 보는 것이 문과 출신들도 재밌을지 모르겠다. 다만 수식과 이론보다는 1900년대 초 폭발적으로 나타난 천재들이 무엇에 그렇게 미쳐서 인류의 지식의 장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는지 이해하는데 조금 더 친절한 안내서가 아닐까?
다들 잠에 들지 않을지 걱정이라 책에 밑줄 그은 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