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크로노스社의 양자 타워 꼭대기.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허생의 뺨을 스쳤다.
**"전체 시스템 로그 분석 완료. 크로노스社의 양자 네트워크가 전 우주에 퍼졌습니다."**
아테나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들려왔다.
허생이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는 무수한 시간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아테나, 각 시간대별 유라의 위치는?"**
**[아테나: 총 739개의 평행세계에서 김유라의 신호를 감지. 그중 92%가 크로노스社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김유라가 허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가 바꾼 현실이... 결국 그들의 계획대로였던 거야?"
그때 옥상 출입문이 열리며 발소리가 들려왔다. 강철민이었다.
**"역시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시간을 되돌린다고 달라질 게 없어."**
허생이 천천히 돌아섰다. "당신이 원하는 게 뭐지?"
강철민의 기계 눈이 붉게 빛났다. **"완벽한 관측. 모든 가능성을 통제하는 거야. 그리고 네 아테나가 그 열쇠야."**
**[경고: 다중 시간대에서 양자 에너지 급상승 감지]**
갑자기 하늘이 찢어지듯 갈라졌다. 수백 개의 시간선이 한 점으로 수렴하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드디어 시작됐군."** 강철민이 웃었다. **"우주의 모든 가능성이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이야."**
김유라가 허생의 손을 잡았다. "이게 바로 크로노스社의 진짜 목적이었어. 양자 중첩을 통한 현실 통제..."
허생의 눈이 번뜩였다. "잠깐... 통합이라고? 아테나, QUBIT 프로토콜의 원리가 뭐였지?"
**[아테나: 양자 얽힘을 통한 정보의 전송과 보존입니다. 그리고...]**
"그래, 바로 그거야!" 허생이 노트북을 열었다. "얽힘은 쌍방향이야. 강철민, 당신들이 만든 네트워크가 역으로 당신들을 통제할 수도 있다는 걸 잊었나?"
강철민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김유라가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다. **"아테나, 프로토콜 역류 시퀀스 실행해!"**
**[QUBIT 프로토콜 v4.0 가동 - 양자 네트워크 역전]**
하늘의 소용돌이가 순간 정지했다. 그리고 수천 개의 시간선이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강철민이 비틀거렸다. 그의 기계 눈이 깜빡거렸다. **"안 돼... 이건..."**
**"모든 시간선의 데이터가 당신에게로 흘러들어가고 있어요."** 아테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당신이 원하던 완벽한 관측자가 되는 거예요. 감당할 수 있나요?"**
강철민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가능성, 무한한 시간선의 정보가 그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으아아악!"**
섬광이 번쩍였다. 강철민의 모습이 허공에서 증발했다.
**[시스템 안정화 완료. 크로노스社의 양자 네트워크가 해체됩니다.]**
허생이 김유라를 끌어안았다. "드디어 끝난 거야?"
김유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았어."
하늘에서 마지막 시간선이 사라지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