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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Nov 30. 2016

복잡계 학회를 갔다 와서 2

인간의 창발성의 근원을 물어보다.

첫눈이 오는 신촌 연세대학교 캠퍼스는 고즈넉한 느낌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발표가 이어졌다.




평소 빅데이터와 통계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다양한 주제에서 데이터 분석하는 사례들이 흥미로웠다.


첫 발표에서는 실손보험에서 소비자 상담전화 사례를 R을 이용하여 텍스트 마이닝 분석하고 가입 전/가입 후 고객에게 정보를 제시할 단어들이 달라야 함을 보여주었다. 이전에 인터넷에서 한글 텍스트 마이닝 코드를 받아서 성경 전체를 분석해 본 적이 있었는데 2분이 채 걸리지 않고 아래 그림처럼 보여준 것을 보았을 때, 새삼 R 이란 프로그램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김미예 박사  발표 자료 중에서...)


이런 R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분석은 아래와 같이 항공사 이용 후기에서 텍스트 마이닝한 후 클러스터링에도 사용되었다. 즉 항공사에서는 주 클러스터링이 되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고객 만족 관리를 하면 좋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박승배 박사 발표 자료 중에서...)




다음은 이 학회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는 "Creativity" 창발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최근 구글에서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예술을 진행하면서 도대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생각되었던 창의력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인공지능이 만든 책과 음악, 미술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인간의 작품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어졌고, 그러한 작품을 만들어낸 컴퓨터를 두고 알고리듬을 만든 프로그래머조차 어떠한 이유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기 어려워졌다.

한 학생이 수백 곡의 서양 클래식 음악 악보를 아래와 같이 코드로 분석하고, "독창성"이라는 novelty를 작곡가별로 수치화하였다. (박도흠) 바흐의 새로움이 모짜르트 때 낮아졌다가 낙만파 작곡가들로 갈수록 이전 악보와 다른 패턴들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는 설명. 나름 로직을 가지고 설명했는데 모짜르트 음악이 다른 작곡가들보다 "독창성"이 낮다는 의미가 확 와 닿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악보를 빅데이터 분석하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또한 서로 영향을 미친 정도를 관계도 분석 기법을 사용하여 베토벤이 이전 음악들을 총 정리하고 이후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허브 역할을 했다는 것도 재미있게 들었다.




다음은 미술 작품을 분석하는 내용... 점점 빠져드는 '새로운 분석법'을 보면서 앞으로의 교육과정에서는 음악, 미술 영역과 과학 영역의 구분이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 작업처럼 보이는 미술작품 분석은 아래와 같이 이루어졌다. (서민경)

일단 색이 얼마나 다양한지에 대한 지수 H(C)를 정의하고, 그림을 가로, 세로로 스캔하면서 어느 위치에서 나누면 H(C)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지 위치를 찾는다. 그리고 이렇게 나누어진 그림에서 다시 가로 또는 세로로 스캔하면서 H(C)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위치를 찾아나가면서 그림을 분할하고 이렇게 분할을 하다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개수의 반이 되는 지점을 찾아본다. 핵심은 유명한 명화들이 첫 번째 분할을 할 때 위치가 황금분할 비 0.618인가를 밝혀보고 아름다움이란 예술의 영역을 과학적 방법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유명한 그림들이 황금비율 선호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향후 심리학적 분석도 진행하겠다고 하는 물리학과 학생의 연구가 자못 기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의미 있게 들었던 발표는 한국 원자력 연구소의 윤명현 연구원의 "극한 재난 상황의 복잡계적 특성과 조직 리더십의 역할" 이란 주제였다. 복잡계 학회에 왠 '리더십'인가 했더니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보여준 리더십을 분석하고 의사결정 모델링에 대한 연구가 복잡한 환경 변수들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1호기와 2호기 각각 책임자의 리더십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사소한 밸브 열기 조차 복잡한 보고체계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1호기는 원자로가 녹는 사태까지 갔지만 2호기 책임자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는 것.

예상 못한 상황에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문화를 가져야 하는가?를 화두로 던지고 순응적인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하면서 평상시와 비상시의 모델링을 제시하였다.


정상시의 절차 준수와 비상시의 응용 해결 균형

효과적인 지시체계 및 모든 계층에서 리더십 배양

현장의 자율적인 결정 권한의 부여 범위 및 팔로쉽과의 조화

다양한 전문성이 관계되는 만큼 어려움 예상되지만 기술적 측면과 연계 필요


너무나 교과서적인 결론에 '세월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한 질문자가 날카로운 Top-down 방식의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고 BOTTOM UP 또는  허브형의 조직 문화에 대해 필요하다는 발표자의 대답이 공허하게 느껴졌던 건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너무나도 재밌게 참석했던 복잡계 학회...

내년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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