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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Dec 03. 2017

절대평가 대학입시로 불평등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가 뭐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어느덧 중년의 경제학 교수의 면모를 보여주듯 중후해 보였다.

전자공학과를 나와서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외국 유학 후 경제학 교수가 된 친구를 만나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다 불평등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란 주제가 나왔다.


2021년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꾼다는 기사


2020년부터 전면 도입된다는 고교학점제


아직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 관심이 적았지만, 대학 교수로 입시에 참여하고 있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과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할만큼 많은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단 그 친구가 미국 교육 시스템을 이야기했다. 미국은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있지만 사실 그것 말고 좋은 대학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대학에서 사회 각 지도층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SKY가 모든 사회 계층의 상층부를 차지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대학에서 훌륭한 인재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이가 무엇일까? 그는 입시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즉, 미국은 몇몇을 빼 놓고, 대부분 고등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기초적인 내용만 배우고 SAT를 보는데, 우리 나라 수능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우리나라 처럼 학생부 내신, 수능 등급 등등으로 순위가 매겨져 있는 학생 명단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을 보고 뽑기 때문에 리더쉽, 특별 활동 등에 가산점을 주는 입학 사정관제를 통해 무작위로 뽑는다. 그리고 나서 대학에서 열심히 가르쳐서 졸업을 시킨다고 한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선생들이 편하다. 왜? 대부분 선행학습을 해서 올라왔기 때문에 가르칠게 별로 없다. 대학은? 고등학교때 너무 진이 빠져 대학때는 별로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 학생들을 데리고 가르쳐야 하는 교수들은 실제 강의보다는 논문 편수로 평가를 받기때문에 강의에 소홀하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강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하던 못하던 학맥 인맥이 정보 교류 및 기회 제공 등의 불평등한 출발점이 되고,  성공으로 나가는데 큰 영향을 준다.

만약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고, 더 이상 학생들에게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대학은 변별력이 없다고 아우성을 치게 되고, 어떻게 우수 학생을 뽑느냐며 큰 소리를 낼 것이다. 그래도 뽑아야 한다면 정말 인성 이나 리더쉽, 특별 활동들을 꼼꼼히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학생들을 데려다 놓고 열심히 가르쳐서 졸업할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게 만들것이다. 그러면 여러 대학들에서 우후죽순처럼 성공한 기업인, 정치인 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과거 수십년동안 가져왔던 기득권층의 네트워크가 금이 가게 될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조금씩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고...


고교 학점제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상당수가 시행하고 있는데, 고등 학교 몇몇이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대학 교차 강의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찾아다니면서 배우게 되면, 사실상 상대평가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절대평가로 학생들은 정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는 수업들을 위주로 공부하게 되고, 절대평가 수능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사회인이 될 것이다.


그의 말을 주욱 들으면서 일부 반론이 있었지만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있었다. 내년 개헌 투표때 인권위원회처럼 교육위원회가 만들어진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장기 교육 정책을 일관성있게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해 주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여전히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을것이고, 사교육 시장의 반발도 있게 될 것이며, 막상 자신의 자녀들에게 새로운 제도를 적용 평가하는것에 대하여 부정적 여론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안 바뀔 수도 있을 것이란 말도 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에게는 여전히 수학 100점을 맞으라고 말을 한다고...


미래를 알 수 없기에, 그리고 나의 삶, 나의 자녀들의 삶이기에, 그리고 앞으로 한국에서 상당기간을 살아갈 것이기에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의 삶의 패턴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도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하나 둘씩 이렇게 경쟁사회, 선행학습, 상대평가가 인공지능이 나오고, 4차 산업 혁명을 얘기하는 미래를 준비하기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세상은 바뀔 수 있을 것이란 것도 안다.


디지털 노마드, 유목민을 강조하는 여러 강연 내용처럼, 변화하는 세계에 저항보다는 빠른 적응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음을 인지하고,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몸을 가능한 가볍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엔 사교육 시장의 선봉을 달리고 있는 후배를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려한다.

지금 어떻게 사회가 바뀌고 있고, 바뀌었으면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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