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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Oct 27. 2018

세상 보는 법

우리 한번 모여서 책 한번 써  보지 않을래? ^^

이 글은 전쟁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에 관한 내용이다.

그렇다고 국어시간에 배운 3인칭 관찰자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등을 설명하는 글은 더욱더 아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관한 글이다.




얼마 전 부장급들에게 책 한 권이 무료로 나누어주었다. "초격차"

 권오현 부회장의 33년 경영 노하우가 담긴 책이었다.

삼성의 조직 문화와 경영 방식에 대해 오너의 책이 아닌 전문 경영인의 입장으로 사장들에게 훈수를 두는 듯한 느낌으로 잘 쓰인 책이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애플과 구글의 조직문화에 관한 책도 다시 들춰 보았다.

 


엄청난 규모의 제국을 형성하고 있는 거대 회사들은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대해 나름 자세히 적혀있다. 다만 다른 것은 애플과 구글은 제삼자가 관찰자 입장으로 쓰였지만, 삼성의 '초격차'는 삼성의 문화를 '만든' 경영인의 입장에서 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이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전쟁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산 위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아닌, 개미처럼 뭉쳐서 싸우고 있는 군인들이 바라본 현장의 모습은 어떤 곳인지 그려보면 어떨까? 지휘관의 지도 위에 표시되는 작은 점들의 방향 지시가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점을 바꿔서 책을 써 보면 어떨까? 이런 생뚱맞은 질문에서  몇몇이 모였다.



거대한 전쟁을 묘사하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 있다.

첫째는 드론을 띄워 양 진영을 둘 다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것은 전지적 시점으로 내가 마치 신이 되어 관찰하기 때문에 실제 인간은 그 입장을 가지기 어렵다. 아니면 후대에 그 상황을 떠올리며 그리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주관적인 편견이 없이 쓸 수는 있지만 진짜 그 모습을 알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전쟁을 지휘하는 입장이다. 산 위에 올라서 우리 쪽 진영부터 상대편 진영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더 멀리에 상대 진영의 지휘관도 아주 조그맣게 볼 수 있다. 지휘관은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를 시시각각 변해가는 전쟁의 양상을 보면서 지도 위에 작은 점들의 방향을 바꾸어본다. 때로는 일부 전투에서 손해를 보는 결정을 하더라도 전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작전을 짜서 내려보낸다. 그 지시를 받아 참모들은 재빨리 큰 소리 악기로 신호를 보내거나 깃발을 흔든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매우 드물다. 대부분은 누군가의 지휘를 받아서 나름 최선을 다하면 살아가는 민초들이다. 그들의 이름은 민초, 서민, 중생, 백성, 군인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지만 실상 알고 보면 다 같은 사람들이다. 최근엔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격상되었지만...

그러나 현장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며 싸우는 모습은 피가 튀기고, 살이 찢기며 때로는 상대방을 긴 칼로 찔러야 할 순간에 찌른다. 왜냐하면 자신이 살기 위해서...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야 한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처자식 때문에 참는다."

비슷비슷한 문장으로 이들은 순간순간을 살아간다.

이들의 입장이 실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 방식으로 삶을 기술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삼성이라는 곳에서 권오현 부회장의 지휘에 따라 움직였던 사람들. '초격차'라는 책 속에서 나왔던 전쟁의 신호 깃발 속에서 이리로 가고, 저리로 갔던 사람들이 모여서 당시, 그리고 지금 어땠는지를 자신만의 시점에서 가능한 자세히 기억해서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다. 막상 이십여 년 동안 그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같이 그림 한번 그려보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의외로 자실들도 그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간이 흘러 예전의 그 감정과 현장의 모습이 떠 오르지 않을 경우도 많아서 위에서 말했던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는 입장이 되는 경우도 많겠지만 그래도 지휘관이 아닌 민초들의 입장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도해보려고 한다.


초격차... 그 아래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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