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무엇인가? 굳이 대학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마케팅 원론"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그냥 직관적으로 '소비자들의 어떻게 물건을 살까?'에 대한 연구가 아닐까 떠올려본다.
그러던 중 마케팅 교수와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자리를 우연히 갖게 되었다.
교수와 엔지니어의 서로 간의 호기심이 만들어낸 시, 공간의 자리가 재밌을 것 같아 늦은 시간 천안역 근방 커피숍에 모인 이들은 처음 보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탐색전부터 시작했다.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교수 : 대학에서 경영학, 마케팅을 가르친다.
엔지니어 1 : 드라이 에치 전문가? 기타와 당구를 즐김. 비주얼베이직을 이용하여 엑셀 매크로를 잘 다룸
엔지니어 2 : 설비, 시스템 프로그래머. 취미로 아이들을 위한 마인크래프트 서버 구성. 늦은 나이에 주경야독을 함
엔지니어 3 : 유기막 개발, 잡다한 세상 지식에 호기심이 있음.
이들 네 명이 늦은 시간까지 나눈 대화는 서로 간에 신선함을 주는 즐거움이었다.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로 소비자 심리, 소비 패턴을 연구하고 싶다는 교수의 말과 프로그램 언어 간에 변수 선언이 다른 것에 신기함을 느낀다는 엔지니어들 간의 간극이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면서 엔지니어들은 마케팅 교수의 궁금증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을 듯했고, 엔지니어 아저씨? 들은 세상에 재밌는 것을 가르치는 학문이 있구나. 사고 실험과 소비자들의 심리를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은 이들의 경험을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주제가 산발적으로 흩어지면서 좀처럼 논의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수의 질문이 집중을 유도했다.
포항공대신문
요즘 최저 임금 인상으로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키오스크'가 실제 매장의 매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을까?
많은 뉴스와 연구들이 있지만 실험을 해서 빅데이터 수치로 분석하여 연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교수의 질문에 엔지니어들은 쉽게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그 앞에 발판을 만들어 '블루투스' 통신으로 몇 명이 얼마의 시간을 키오스크 앞에서 머물었는지 데이터를 얻고, 그걸 매출액과 연결해보면 어떨까?
사실 돈만 가지고 있으면 이런 장비를 간단히 만드는 것은 너무도 쉽다고 생각하는 엔지니어들과, 그런 걸 만들 수는 있는 것인가 라는 마케팅 교수의 걱정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학문 융합의 현장일까?
실험하고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래프를 그리고, 분석하는 것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는 엔지니어라고 부른다. 많은 제조업에서 E직군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와 같은 일을 한다.
교수라는 직함은 세상에 흘러 다니는 정보를 어떻게 하면 하나로 모아서 이론을 만들고, 보다 쉽게? 근사하게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 그게 인문학, 사회학, 이공계 교수이건 모두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프로그래머 및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이 짧은 시간 만남을 가지니 뭔가 시너지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코디네이터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중에 서로의 이익을 융합하는, 적절하게 '버무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코디네이터라고 부른다. 로비스트, 중개인이라고도 불러도 상관없다.
남북 정상이 만날 때 각종 외교적 사안을 논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시, 공간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공연기획자 탁현민 씨의 역할. 세상은 그런 이들로 인하여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일단 첫 모임은 그럭저럭 어수선했지만 서로 간에 뭔가 신선한 느낌을 갖도록 한 것 같다.
그러나 일방적인 줌이 아닌 주고받음이 있어야 좀 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받았다.
교수는 엔지니어들에게 좀 더 호기심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엔지니어들은 그들이 접하지 못했던 세상을 볼 수 있는 세상을 보면서, 그들에게 익숙한 방법들을 제시해보는 모습. 그것으로 성과물을 만들어 내어 공동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