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자주 듣는 얘기가 "Contingency Plan 이 뭐야?"
Plan A가 있는데, 혹시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 Plan B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 운동회"를 기획하는 선생님이 시간별 계획표를 짜고 있는데, 교감 선생님이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라고 물었을 때, "우천 시 계획"을 준비해 놓는다는 것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Plan A를 당연히 진행하겠지만 혹시 비가 올 경우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어떻게 안내할 것인가를 준비하는 것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만약 A+B+C 기술이 들어가는 신제품에 A 기술이 RISK가 커서 안 될 경우를 대비하는 Plan B를 준비하라는 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 ABC를 준비하고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데, 지휘관이 A'BC를 준비하라는 또 다른 지시를 내린 것이다.
내가 맡고 있는 재료 개발은 일찌감치 A'에 대한 실험을 동시 진행하고 있었다. small plan B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답이 없었다.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수많은 실험을 시도했지만 도대체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Plan A를 진행하는 것도 벅차서 헉헉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투 시작 전 Plan B가 있는지,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몇몇 지휘관들은 아직 완벽하게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많은 이들은 잘 모르는 문제였다. 그러다 조그만 단서를 얻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안을 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RISK가 다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A'에 대한 출구를 찾은 것이다. 그럼 앞으로 시간과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어떻게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내가 내린 결정은 큰 문제를 쪼개는 것이었다. 바위처럼 큰 문제를 시간과 공간의 축으로 잘게 쪼개는 것. 그리고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다.
Plan A는 어느 정도 완성도가 높으니 주력 부대 쪽으로 인계를 하고, Plan B는 아직 우리 부서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우리가 준비한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그럴 때는 내가 가진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Plan B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내가 담당한다고 하지만 제품 개발에는 여러 부서가 함께 하는 것이므로 '회사'가 가리키는 곳을 같이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 협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은 벌어졌다. 그리고 헤쳐나가는 일만 남았다. 설득할 사람은 설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