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블랜딩으로 루왁커피 흉내내기

깊고 풍부하고 부드럽게...

by 첨물

로스팅한 커피를 숙성한 지 2주가 되었다.


세 종류로 만든 커피는 나름의 색깔을 띠고 있었지만 그 표면엔 기름이 새어 나왔다. 뭐지?


얼른 구글로 찾아보니, 카피스톨이란 성분이라고 되어 있었다. 몸에 좋은 건가? 항암작용은 하지만 혈중 안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려준다고 한다. 다만 종이로 된 필터를 사용하면 95% 이상 제거가 된다고 한다. 카페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므로 아메리카노 등을 마실 때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름, 카페스톨이 남게 된다는 것...


매년 건강검진을 하는데 LDH 수치가 높게 나오는데, 앞으로는 주의해야겠다.



로스팅한 커피 양이 적으므로, 어느새 와이프가 예가체프 원두커피를 사놓았다. 살펴보니 시나몬? 수준의 연한 갈색을 띄어 내가 만든 세 종류보다 더 로스팅 수준이 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음... 그러면 이걸 섞어서 분쇄한 후 커피를 내려 먹어보면 어떨까? 일명 블랜딩...

왼쪽이 새로 산 원두 (시나몬 수준), 오른쪽이 내가 로스팅한 것 중 두 번째 수준(풀시티?) 이 둘을 1:1로 분쇄하되, 좀 굵게 분쇄하였다. 분쇄기에 수준은 1~18 정도 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굵게 분쇄된다. 1~6(에스프레소), 7~12(Auto drip), 13~18(French Press). 일단 두 종류 모두 12 수준으로 분쇄했다.

그리고 섞는데, 첫 번째는 분쇄할 때 한꺼번에 넣고 섞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나씩 분쇄한 후 종이 거름종이에도 층이 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단 첫 번째 방법으로 하고 거름종이에 넣은 후 커피를 내려보았다.

어? 이거 뭐지?


평소 내려 먹는 커피 맛과는 달랐다.


뭔가 무거운? 깊은?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났다.


와이프한테 한잔 주니...


응? 이거 뭐지? 예전에 비싼 루왁 커피를 마셨던 그 맛이 나는데? 깊고, 풍부하고, 부드럽네 ^^


와.. 이거 성공이다. 블랜딩 커피로 이렇게 다른 맛을 낼 수 있구나...


다음은 두 번째 방법으로 다시 한번 커피를 내려 보았다.

연한 갈색 원두를 먼저 거름종이에 붓고, 다음엔 좀 진한 원두를 부어 층이 지도록 해 보았다. 그리고 커피를 내렸는데, 물은 두세 번? 거품이 올라온 후 가라앉으면 다시 한번 붓는 형식으로 한 후, 걸러진 커피와 1:1의 양으로 뜨거운 물을 넣어 희석시켰다.


응? 아닌데.... 아까 그 맛이. 아까보다 약간 부드러운 맛이 떨어지는데?


와이프의 미묘한 혀의 감각이 다른 맛을 구별해 냈다.


뭐지? 블랜딩 한 커피를 섞어서 거름종이에 거른 것과 층을 내서 거른 것의 차이를 낸 것이구나...




그리고 몇 번의 실험을 더 해 보았는데, 재현해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좀 더 정량적으로 물의 양과 걸러진 커피의 양을 수치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와이프가 하는 말...


커피 온도가 식으니 맛이 비슷해졌는데?


아. 그렇구나.


혀와 코가 가진 미각, 후각 세포는 온도에 따라 그 역치가 달라져서 동일한 성분이 들어가도 그 전기적 복합 신호 정도가 뇌로 전달되는 것이 다르구나...


정말 어렵네... 물의 온도도 변수로 두어야 하는구나



정리해보면 루왁 커피처럼 풍부하고, 부드럽고, 깊이 있는 커피를 마시려면...


1. 로스팅된 커피 두 종류를 1:1, 또는 2:1로 섞는다.(섞는 비율)


2. 분쇄 정도 (약간 굵게 분쇄 - 12 수준)


3. 분쇄된 원두 가루를 한 번에 섞느냐, 아니면 층을 지도록 해서 종이 거름종이에 넣느냐


4. 물을 넣어 거를 때 물의 온도, 양을 어떻게 하느냐.


5. 걸러진 원두커피와 다시 뜨거운 물을 몇 대 몇으로 섞느냐.


6. 이 커피를 바로 먹느냐, 아니면 약간 식은 다음에 먹느냐



어쨌든 오늘 블랜딩 커피라는 새로운 맛의 세계에 한걸음 들어간 기분이 든다. 그리고 카피스톨이라는 기름을 걸러 먹어야 되겠구나 (누구는 이걸 좋아서 먹는다고는 하지만) 일단 이러한 방법으로 한다는 것을 알았고, 다음엔 좀 더 수치화된 값들을 가지고 실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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