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편광 현미경 관찰하기

셀룰로오즈가 위상차를 가지는구나

by 첨물

로스팅한 커피를 일주일 동안 숙성시켜 놓았더니 제법 커피 향이 났다.

로스팅을 좀 오래 한 것은 검은색을 띠며 약간 탄내가 났지만 갈색 빛깔을 낸 원두는 은은한 커피 향이 났다.

아이들에게 세 종류의 로스팅된 원두 향을 맡게 했더니 커피 색깔 순서대로 잘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 탄내보다는 약간 구수한 커피 향에 더 호감이 갔다.




일단 가장 로스팅 시간이 적은 원두를 분쇄해서 거름종이를 통해 한잔 마셔보았다.

평소 먹는 것보다 약간 쓴 맛이 나서, 물을 좀 넣었더니 먹을만했다.

분쇄된 커피의 양과 물의 양에 따라 고형분의 농도가 달라진다. 혀와 코에 있는 감각세포들의 조합과 각각의 재료에 대한 세포 역치 값이 다르고 그 조합만 따지면 1조 정도라 하니, 커피 맛을 정량화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음... 주말 오전 이렇게 커피 한잔과 보내는 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커피를 집에 있는 600배 정도 되는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현미경은 투과, 반사가 되도록 만들어졌고, 편광판이 달려 있도록 만든 편광 현미경이다.


일단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인 갤럭시 S10을 보았다. 얼마나 잘 보이는지...

OLED Blue 기준으로 약 30um의 개구부를 가지니 생각보다 성능이 좋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커피 관찰을 시작했다.



분쇄된 원두라 하더라도 현미경으로 보기에는 워낙 큰 사이즈라 아래와 같이 구멍이 송송 뚫린 벌집과 같은 모양으로 보였다. 이것을 거름종이에 넣고 물로 우려내어 먹는 커피... 과연 인간이 오랜 시간 즐겨 먹은 이 커피의 원두 입자를 이렇게 눈으로 관찰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


여기까지는 보통의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우려내고 남은 커피 입자를 슬라이드 글라스에 넣어 편관 현미경을 돌려가면서 살펴보았다.

LCD의 액정과 같이 위상차를 가지고 있다면 서로 수직인 편광판 사이를 빛이 지날 때 밝게 빛나는 보습이 보이리라... OLED로 업무를 바꾸었지만 15년 정도 정든 액정에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액정의 역사를 보면 1888년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에 오스트리아 식물학자인 프리드리히 라이니처가 콜레스테릭 액정을 발견하고, 그 후 독일 물리학자 오토레만이 이를 "액정"이라 명명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처음 발견한 액정은 커피 외피를 두르고 있는 셀룰로오스와 유사한 콜레스테릭 액정이었다.



https://youtu.be/Bf3547WB5qs




아래 사진은 편광판 하나를 고정시켜 놓고, 위쪽 편광판을 평행한 것에서 45도, 90도로 돌려가면서 찍은 것이다. 가장 오른쪽을 보면 샘플 바깥이 black으로 보이는 것은 서로 직교된 편광 된 빛이 투과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두 샘플을 보면 밝게 빛이 나면서 여러 줄무늬가 보인다.


그리고 얼른 관련 논문을 찾아보았다. 셀룰로오스를 편광현미경으로 관찰한 논문이 있었다.


Materials 2015, 8, 7873–7888; doi:10.3390/ma8115427


편광현미경으로 본 위 이미지를 보면 b 영역에서 줄무늬가 보인다. 이 것이 오른쪽과 같이 분자구조가 꼬여 있는 구조인데, 이걸 콜레스테릭 액정이라 부른다.

아래와 같은 셀룰로오스 분자 구조는 그 형태의 독특함으로 회전하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나가가면 이러한 콜레스테릭 액정상을 가지게 되면 그 꼬이는 방향에 따라 우선형, 좌선형으로 나뉘는데, 원형 편광 된 빛을 입사시키면 한쪽 방향으로 도는 원편관만을 반사시키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질이 빛의 파장에 따라 약간씩 반사되는 빛이 달라지게 되는데 딱정벌레 날개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빛깔이 같은 원리이다. 지난번 로스팅할 때 로스팅 시간에 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광택의 정도가 달라진 것이 이러한 분자구조 변형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커피와 딱정벌레의 공통점이라...

예전에 한 학회에서 노교수님은 등산을 하실 때 꼭 원편광판 하나를 들고 다니시며 자연을 관찰해본다고 하셨다. 나도 커피 한잔을 먹으며 현미경을 들이대는 모습을 보이니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으려나...


https://educalingo.com/ko/dic-en/circular-polarizationhttps://en.wikipedia.org/wiki/Circular_polariz


그리고 몇 장 더 찍은 원두 찌꺼기 사진을 올려놓고, 감상해본다. 음 맛있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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