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집에 가만히 있는데 누가 문을 똑똑 두드린다
2) 문을 여니 해리포터에 나오는 것 같은 검은색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이 서있다
3) 그 사람이 내게 중요한 소식을 전하러 왔다고 한다
4) 9월 17일 오후 5시경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한다
5) 그 일 때문에 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고 알려준다. 혹은 A라는 선택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일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6) 고맙다는 인사를 할 새도 주지 않고 소식 전달자가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진다.
7) 나는 A라는 선택을 하지 않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여 9월 17일을 무사히 넘긴다.
내 인생을 아예 바꿔버릴 수도 있는 일이 1번부터 순서대로 나를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비할 수 있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현실에서 나쁜 일은 대체로 아래의 방식으로 일어난다.
1) 어느 날 길을 가는데 간판이 내 머리 위에 떨어졌다. /끝
그저 살고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사건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떻게 해서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으며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당시에는 객관적으로 인지하기 어렵다. 다만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들었고, 어떤 상황이 벌어졌고,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지나가다가 떨어지는 간판에 맞은 것과 비슷하다. 길을 간다 – 간판이 떨어진다 –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에 있다. 또는 상대측의 과실로 교통 사고를 당한 것과도 비슷하다. 차에 앉아 있다 –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들리거나 엎어진다 – 몸이 아프다.
전조와 함께 천천히 일어나는 나쁜 일도 있다. 가스라이팅의 경우 겪는 동안 마음이 힘들다거나, 답답하다거나 혹은 이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학교 폭력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나 압력과 함께 사건이 일어난다. 갑작스럽게 일어나지만 눈치챌 수 있는 전조를 주는 나쁜 일도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 직원을 해고하기 전에 나타나는 소소한 전조 사건들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 인생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순간은 분명 있다. 내 인생을 완벽히 바꾸게 되어버리는 순간들 말이다.
나쁜 일은 대체로 예측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내 인생을 덮친다.
어떤 일들은 갑자기 일어나는 것 같지만 늘 내 인생에 있었던 여러 이슈나 문제들이 그저 눈에 보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이건 뒤에서 좀더 자세히 얘기해보도록 하자.
다음 장부터는 사건이라는 파도가 덮친 후 나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 변화에 대해 탐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