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나쁜 일과 나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리’를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서로 나뉘어 떨어짐. 또는 그렇게 되게 함
‘분리’의 영어 단어 separate로도 분리라는 단어의 뜻을 유추해볼 수 있다. (콜린스)
If you separate people or things that are together, or if they separate, they move apart.
사람들이나 사물들이 함께 있던 것을 떼어놓으면, 혹은 그들이 분리되면, 그들은 서로 멀어지게 됩니다.
If you separate people or things that have been connected, or if one separates from another, the connection between them is ended.
연결되어 있던 사람이나 사물들을 떼어놓으면, 혹은 하나가 다른 것과 분리되면, 그들 사이의 연결이 끝나게 됩니다.
If you separate one idea or fact from another, you clearly see or show the difference between them.
하나의 아이디어나 사실을 다른 것과 분리하면, 그들 사이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거나 보여줍니다.
나쁜 일은 마치 블랙홀 같다. 덮치는 순간 나를 빨아들인다. 눈에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내 몸을 덮치는 이 블랙홀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저 마음이 계속 아프거나, 답답하고, 슬플 뿐이다. 빠질수록 더 깊이 빠져서 결국에는 앞서 살펴보았던 루트를 타게 된다. 나는 몹쓸 사람이고 다 나의 잘못이라는 절망적인 늪의 영역으로 빠지게 된다. 그리하여 내 안에 있는 좋은 면들과, 내 인생에 있던 좋은 기억들과, 앞으로 다가올 좋은 기회로부터 나 자신을 더 멀어지게 만든다. 블랙홀에 갇히지 않으려면 먼저 이 블랙홀이 나를 잠식해버리기 전에 이 놈의 정체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체를 파악하면 그게 나의 어떤 상처나 연약한 곳을 건드리는지, 혹은 어떤 기억이나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나쁜 일이라는 블랙홀로부터 빠져나가는 실천>
-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색하고, 분석하고, 고찰하는 시간이다.
- 내가 한 명의 형사 혹은 탐정이라고 상상하자.
- 바둑에서 복기를 하듯, 사건을 하나 하나 거슬러 가면서 생각해본다
- 혹은 사건의 처음 시작부터 고찰해본다.
- T의 힘을 발휘해 F가 아닌 T의 마인드로 사건을 따져본다.
- 카테고리가 필요하다면 '나' '타인' '사건' 또는 소설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으로 나누어 생각해본다.
<나의 마음과 생각 영역에서 실천할 것>
- 나쁜 일로 나 자신을 정의하지 않기
- 나쁜 일을 나의 정체성 삼지 않기
- 나쁜 일을 나와 별개로 두기
-나쁜 일과 관련되어 있는 나의 속성 뿐 아니라, 그것과 무관한 나의 속성을 기억하고 되살리기
- 무슨 말을 하고자 할 때 나쁜 일에게만 마이크를 주지 않는 것. 내 안의 다른 여러 긍정적 요소에도 마이크를 줘서 목소리를 내게 하기
- 그리하여 마침내 나쁜 일이 그저 나의 수많은 요소, 내 삶의 수많은 요소 중의 하나가 되는 것
- 새로운 사람과 사건에 대해 생각할 때 나쁜 일과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것. 연관짓지 않는 것.
이러한 실천들은 혼자의 시간에서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욱 드러나고, 확실한 실천이 가능하다.
나쁜 일을 겪고 난 후 사람이나 관계를 회피하려는 마음이 들 수가 있는데, 그런 욕구가 줄어들면 관계 속으로 뛰어 들어가보자.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자, 깊은 관계를 맺어보자, 그러면 더욱더 확실히 내가 이 블랙홀의 어느 지점에 와있는지, 얼마나 빠져있는지 혹은 빠져나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해보자, 앞으로 살아가면서 당신이 실천할 수 있는 '굿바이 블랙홀'은:
<굿바이 블랙홀>
- 그 일로 나를 설명하지 않기
- 그 일이 나에게 덜 중요해지는 것
- 그 일과 무관한 다른 요소들이 더 강해지는 것
- 그 일의 어떤 부분들을, 그들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넘기는 것
(모든 일을 나의 잘못으로 껴안지 않는 것)
- 그 일을 기준으로 사람과 사물을 판단하지 않기
- 그 일이 있었는지 때로 까먹는 것 (항상 목구멍에 걸쳐있지 않게 하는 것)
각각의 에피소드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나쁜 일과 나를 분리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나쁜 일과 나를 분리하는 것을 나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나쁜 일이 나의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줄이는 것.
나쁜 일은 이미 일어났고 나는 거기서 타격 혹은 상처를 받았으며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나쁜 일이 앞으로의 나와 내 인생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가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체로 새로운 사람과 사건에 의해 구성된다고 하면, 사람과 사건을 대하는 나의 자세와 태도를 내가 바꿀 수 있다. 나로 인해 현재와 미래가 바뀔 수 있고, 좋은 일들을 만들어내고 끌어안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나쁜 일은 나에게 영양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어떤 일들은 갑자기 일어나는 것 같지만 늘 내 인생에 있었던 여러 이슈나 문제들이 그저 눈에 보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나에게 어떤 습관, 패턴 등이 있었다고 할 때, 이런 것들이 겹겹이 쌓여 혹은 폭발해서 하나의 사건으로 현현하게 된 것일 수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 사건의 기반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나의 삶의 역사, 나의 현재에 대해 돌이켜본다. 내게 어떤 습관이 있고, 나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현재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돌이켜 본다. 그렇게 파악하다 보면 힌트들이 보이고, 그게 아마 이 사건의 기반에 있을 것이다. 그 본질을, 뿌리를 파헤쳐보자.
그 목적은 나쁜 일을 이성적으로 파헤치고 이해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분리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