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대한 짧은 소회

by 희수


나는 50일 정도를 함께 보낸 연인이 있다. J다.

J를 만나기 전 -연애를 한 사람은 아니지만- H가 있었다. 어느 정도의 감정 교류를 주고받았었고 연애를 한다면 '우리는 이런 사랑을 하겠구나' 하고 짐작이 가던 사람말이다.


H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재정적으로도 여유롭다. 그만큼 바쁘다. 나에게 자기는 돈 쓸 시간이 없다고, 그래서 연애를 해야 한다고, 연애를 하면서 여자친구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는 게 자신의 낙이라고 말했다.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여러 번 맛있는, 그리고 비싼 밥을 사줬다. 분명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포인트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연인관계에서는 각자의 독립성과 개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 부분은 재정적인 부분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근 몇 년간은 내가 H의 능력을 결코 따라갈 수 없을진대,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H와 함께 한다면 과연 마음이 편할까?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J와는 돈 문제로 인한 몇 번의 대화들이 있었다.

돈이 부족한 현실이 씁쓸할 때도 있었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함께 차근차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H를 겪고 나니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J와 결혼을 한다면, 우리는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돈은 원래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J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고, 회사에 조금씩 환멸을 느끼고 있는 H와 비교하면 언젠가 둘의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마냥 "돈이 많아진" J와 더 행복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지금의 다정한 J가 오만방자 해져서 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사람이란 무릇 쉽게 오만해질 수 있는 본능을 타고났기 때문에. 그건 또 그때 가서 생각할 거다.


따라서 현재 나는 자유롭고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쾌활하고 열정적이고 섹시하고 멋진 J와 하루하루 행복하려고 한다. 그것이 우월전략이니까. 지금의 약간의 결핍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 결핍이 우리의 사랑을 조금 더 끈끈하고 질퍽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깔끔하고 세련된 사랑은 건조하다. 너무 뽀송해서 이질감이 든다.

나는 나의 사랑이, 우리의 사랑이, 축축했으면 좋겠다. 가슴 뛰고 호흡이 가빠질 때 땀이 나는 법이고, 땀이 나면 섹시하고, 섹시한 우리가 하는 사랑은 축축하다. 또 축축한 사랑에는 눈물도 있다. 눈물은 결핍을 가진 서로가 너무도 애틋하고 마치 나 같아서 안쓰러울 때 나는 법이다.


나는 J와 긴 시간 동안, 오래, 축축한 사랑을 할 거다.

작가의 이전글자기 착취에 관한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