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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Aug 31. 2020

강연을 갔다가 10대에게 배우고 왔다

중고등학생 친구들과 함께한 직업 상담 워크숍

  친한 친구에게 즐거운 제안을 받았다. 친구는 10대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놀이와 배움을 통해 경험을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벤처 기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영화'와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10대 친구들에게 일일 워크숍을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1~20대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찾는 과정이

거친 사회로 나오기 전까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친구가 하는 일의 가치와 방향이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 단편적인 경험들이 생각지 못한 기회로 엮여

큰 줄기와 서사가 되는 일들을 많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워크숍은 간단한 이론, 적절한 실무 사례, 10대 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비하인드, 실제로 마케팅 재료(포스터)를 만들어보는 실습 등으로 구성했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일도 잦고, 평소 업계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나눴던 고민들도 많았기에 즐겁게 워크숍을 준비했다. 변수는 그날의 워크숍 대상은 10대라는 점이었다. '10대 학생'이라는 타깃과 접점을 만든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20대 혹은 취업준비생이라는 타깃과는 원하는 것이 분명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것들을 알려주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 힘든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내가 가지게 될 생각과 경험 역시 많이 기대가 되었다.




 

코로나 시국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워크숍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속상하긴 했지만, 더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다는 것도 온라인 포맷의 장점이었기에 섭섭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깜짝 놀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경험이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10대'라는 숫자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오히려 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 워크숍 사전 질문에 남겨준 한 10대 참가자의 답변 -


워크숍 사전에 궁금한 것들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10대 참석자들의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고 날카로웠다. 본인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명확한 플랜 설계를 위한 노하우들을 요청하고 있었다. 현업을 하면서도 종종 고민에 빠지는 질문들을 물어보는 참가자들을 보고 살짝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게 되었다.


2. 쌍방향, 실시간, 온라인 소통을 주도한다

- 온라인 워크숍에 접속해 함께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진행하는 모습 -



- 서울에서 대면 워크숍을 진행했다면 만나기 힘들었을 부산의 참석자가 남겨준 후기 -


온라인 생중계 워크숍이라는 포맷을 준비하는데 시간은 더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더 만족스러웠다. 이미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의 이용이 생활화된 친구들에게 '온라인 생중계'라는 포맷은 특별할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포맷으로 워크숍을 리드하는 내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단순히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일방향적으로 바라보는 형태를 진행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기존보다 더 많이 서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얘기들을 사이사이 더 추가했다. 대면 워크숍이었다면 오히려 중간중간 끼어들어 질문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온라인 진행 간 참석자들은 수시로 본인이 궁금하는 것을 채팅으로 남겼다. 준비한 강의를 딜리버리 하면서도,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을 적절히 소화하는 것은 100% 내 몫과 역량이었다. 작은 화면을 통해 워크숍을 참여하는 것이 지루하거나, 참여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채팅창을 활용해 쉴 새 없이 소통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은 나였지만

그것을 즐기고, 피드백하고, 추가 생산을 리드하는 것은 10대 참가자들이었다.



- 주고받은 질문들이 다른 참가자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


3. 좋고 싫음을 분명히 느끼고, 나아가 그것을 적극 표현한다.

- 워크숍을 마치고 후기를 남겨준 참석자 -


나를 가장 놀라게, 그리고 생각에 잠기게 한 후기였다. 우리는 지금껏 '경험'과 '나이'를 더 많이 축적했다는 이유로 어린 세대를 얼마나 많이 함부로 가르치려 들려하고, 강요하려 해왔을까. 그리고 그것이 맞다고, 현명하다고 자위해왔을까. 내가 자라온 세상과, 그들이 자라나 갈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린 세대들 역시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형편없는 참견과 조언인지 이미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을, 깨닫게 된 가치를 더 나누고 함께 발전해 나갈 방법을 행동으로 옮겨나가고 싶다. 양적 성장에만 급급해 내 모든 에너지를 태우던 시절을 지나,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들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그리고, 그 방법은 내가 기성세대를 부딪혀 배워온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직업 상담 워크숍'이라는 타이틀로 내가 알게 된 것들을 공유하는 자리였지만, 반대로


나 역시 새로운 세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그들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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