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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Nov 08. 2020

브런치글 조회수가 30만을 넘으니 생기는 일들

친한 형의 '글 한번 꾸준히 써보라'는 권유로 브런치에 계정을 만들어 첫 글을 올린 날이 7월 7일. 그로부터 꼭 4달이 되었다. 대단한 걸 바라고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일기장을, 대학교 땐 싸이월드를, 직장에 들어가선 SNS를 하며 꾸준히 어딘가에 뭐든 적어두는 것을 좋아했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나면, 매번 영화 독후감을 씁니다.


고등학교 때 영화 동아리 면접을 볼 때 자기소개의 첫 멘트였다.(그리 흥미를 끄는 멘트는 아니었다. 인정.) 이 말을 듣고 면접관으로 들어와 있던 2학년, 3학년 선배들이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면접을 잘 보기 위한, 합격을 하기 위한 과장된 허풍쯤으로 들렸던 모양이었다. 나 진짜 썼는데...


브런치에 글을 쓴 지 4달이 된 지금,

누적 조회수는 약 30만 회를 기록하고 있었다.


총 45개의 글을 썼고,
5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글은 4개,

1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글은 5개,

1천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글은 16개였다.

다음카카오 PC, 모바일 등의 지면에 노출된 글은 총 15개였다. (내가 노출을 목격한 글들을 세 본다면)


1번의 강연 제의가 들어왔었고,

인터뷰로 채우고 있는 매거진을 보고 2명의 구독자 분께서 먼저 인터뷰 의사를 건네주셨다. (정말 감사해요...)



주변 사람들과 전 직장 동료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오빠 브런치에 글 써요?
너 브런치에 글 쓰니?
팀장님 브런치 링크가 회사에 돌고 있어요.


4달 정도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알 사람들은 알게 되기도 하는구나' 생각했다. 글이라는 것이 본인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꾸준히 쓸 수가 없고, 그러다 보면 결국 본인임을 밝히지 않아도 드러나기 마련이라 언제든 알 사람은 알게 되기도 하겠지 생각했었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


틈나면 주 1회씩은 책을 읽긴 했지만, 요샌 더 많이 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썼을까, 어떤 목차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무슨 얘기를 했을까 등 좀 더 세분화되고 다양한 이유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작가님들에 대한 호기심도 더 가지게 되었다. 재밌게 읽은 국내 책의 작가님들은 브런치에서 검색해보는 습관도 생기게 되었다.



내가 했던 경험들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술안주 거리로 헛헛히 날려버렸을 경험들도 하나하나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 하나도 그냥 일어난 일들은 없었구나.
이게 나라는 사람이구나.
더 선명해지고 명확해졌달까.


글의 힘이라는 것이 대단한 게, 적고 나면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글로 적으면, 그것이 곧 내 목표, 다짐 등이 되어 행동하는 나에게 영향을 주곤 했다. 나 스스로를 속여 폼을 잡거나, 양념을 친 글들은 썼다가도 지워버리게 되더라. 목적을 가지고 쓰는 글도 아닌데 부끄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어졌다.
누구 하나쯤 이런 얘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중 속에 묻혀버리는 것을 좋아했다. 튀고 싶지도 않았고, 도드라지고 싶지도 않았다. 어딘가에서 인기투표 1위를 하거나, 핵인싸로 손꼽히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약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나는 때때로 많이 외로웠다. 내가 선택한 방향들은 다수가 지지하는 것이 아닐 때도 많았다.


이 선택이 나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을까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그렇게 살아봤는데 나 역시 잘 살고 있다고.


응원하며 격려하는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가족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바쁘게 일 한답시고 독립해 산지도 벌써 수년이 흘렀고,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는 시간과 이야깃거리는 줄어만 갔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역시 이런 것일까,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닐 거야'
생각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죄책감이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말로는 차마 다 공유하며 살지 못했던 내 경험과 생각, 감정들을 가족들과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덜 묻고, 덜 보고 사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했었지만, 나는 여전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로부터 자존감과 존재의 이유를 채워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가, 엄마가 쓴 글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모른 채 지나가버린 내 가족들의 생각과 감정들은 어떤 글로 쓰일까. 그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글들일까.






불과 4달 만에 벌어진 일들, 얻게 된 생각들이 참 소중하다. 앞으로 4달, 4년 뒤에는 글을 씀으로 인하여 어떤 경험과 생각들을 더 많이 얻게 될까. 나로서 살기 위해 꾸준히 글을 써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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