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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Oct 18. 2020

스무 살 때 적은 버킷리스트를 꺼내보았다

어렸을 때도 참 생각이 많았다.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내 노력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삶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그 고민이 지금의 나이쯤엔 끝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 질문들이 유효한 것을 보면, 어쩌면 이 질문은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스무 살 때 적은 버킷리스트를 오랜만에 찾아봤다. '내가 이런 걸 하고 싶다고 적었었구나..' 싶어 놀라기도 했고. '와 이걸 내가 꿈꿨었는데, 이미 이뤘잖아?' 싶어 놀라기도 했다.



스무살때 전지에 적은 버킷리스트.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은 가려두었다.



총 38개의 꿈이 적혀있었고

아주 사소하게라도 이뤘거나, 그 과정에 있는 꿈은 15개였다.


1. 칸 영화제 레드카펫 밟아보기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을 때 기분을 잊지 못한다. 그 광경이 실제 나에게 펼쳐질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어렴풋이 꾸던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고이 접어둔 뒤, 결국 영화 마케터가 된 나는 칸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의 마케팅 담당자로 레드카펫을 걸었다. 비록 내가 만든 영화로 초청된 것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상상만 하던 그 광경 속에 내가 실제로 존재하게 되는 경험은 내 인생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아마 그 영화를 담당하게 된 과정에서 만난 모든 회사와 업계 동료들에게 평생 감사한 마음을 지니게 될 것 같다.


4. 내 이름을 건 책 출판해보기

올해 출시한 전자책(잘 팔리진 않았다)과 브런치 북(가장 많은 조회수를 획득한 글은 6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으로 이 꿈을 버킷 리스트에서 동그라미 쳐두었다. 간단히 해결해버린 숙제처럼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내 꿈은 진행 중이고, 완료 및 삭제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노력할 꿈으로 내게 남을 것이다.


10. 영화 기획, 마케팅 일해보기

11. 영화 잡지사 인터뷰받아보기

24. 화제가 되는 마케팅 활동해보기

영화일을 하면서 어렸을 때 꿈꿨던 참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간절히 원했던 일들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다. 더없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지나간 시간들에 미련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하나씩 꿈을 이뤄갈수록 기쁨과 동시에, 내 꿈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허무함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나는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낼 수 있는 준비와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을 요즘 참 많이 실감하고 있다.


21. 강연해보기

영화 비니지스, 마케팅 직무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8월부터 월 1회 온라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강연해보기'라는 꿈이 적혀있었다는 것을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이 사진을 다시 꺼내보고 새삼 놀랐다. 나는 최근 또 하나의 꿈을 감사히도 이뤘던 것이다. 강연을 한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최선을 다해 내가 배워낸 것들을,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함께 공유하며 공동의 발전을 이뤄낸다는 것. 시니어가 갖추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철학이라는 점에서도 현재의 나를 잘 반영해주는 키워드이다.


22. 내 손으로 내 집 마련하기.

부모님 론과 대출 없이 마련한 전셋집. 나는 매우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의상 '내'집은 아니기에 세모 표시.


27. 영국에서 '빌리엘리어트' 뮤지컬 보기.

빌리엘리어트는 내 청춘을 대변하는 NO.1 인생영화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 영화를 돌려보며 에너지를 얻곤 했었다. 그 영화가 뮤지컬화 된 이후 본고장인 영국에서 꼭 관람하고 싶던 와중, 첫 직장에서 영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바쁜 출장 일정으로 아쉽게도 틈은 나지 않았고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사업부 전무님께서 며칠 휴가를 줄 테니 보고 싶던 뮤지컬을 보고 돌아오라고 하셨다.(지금 생각해도 이건 감동 오브 감동...) 그 소식을 들은 현지 파트너사는 나에게 무려 빌리엘리어트 뮤지컬 로얄석을 선물해줬다!(나에게 영국인들은 아직까지 천사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렇게 나는 결국 그 뮤지컬을 영국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서, 감격에 겨워하며 볼 수 있었다.


31. 많은 사람들의 꿈을 엮어 책, 다큐멘터리 만들기.

현재 연재하고 있는 '10년째 출근 중'이라는 브런치 매거진 역시 이러한 취지에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소개해주는 또 다른 이들을 만나는 경험이 나 역시 큰 배움이자 즐거움이다 


38.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따기

올해 3분기는 해양 다이빙에 정말 심취했다. 스쿠버 대신, 내 숨을 컨트롤 해 다양한 해양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프리 다이빙' AIDA LV2 과정을 시작했다. 자격증은 아직 따지 못해 연습 중이고, 이번 시즌엔 해양 수중 17m 개인 기록으로 시즌을 마쳤다. 겨울 내 인도어 연습을 충분히 해, 내년 여름 해양 기록들을 지속 갱신하는 것을 작은 목표로 삼을 예정이다.


30. 사회에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는 회사 세우기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생각의 씨앗을 틔우는 중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 리스트를 보는 경험이 매우 특별하고 소중하다. 지나간 시간들이 무려 15년임에도, 아주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꿈을 이뤄낸 내가 대견하기도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나는 성장했고,

이뤄낸, 혹은 이뤄내지 못한 꿈들을 마주한 오늘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꿈을 꾸게 되기도 했다.


몇 개의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후련해지기도 했지만,

이제 나는 또 어떤 새로운 목표와 꿈으로 인생을 채워갈 수 있을까 고민스럽기도 하다.


마흔을 앞두고, 나는 다시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려고 한다.

그리고 10년, 15년이 흘렀을 즈음. 

나는 또 어떤 것을 이루고, 어떤 것을 배운 사람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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