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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 언니 May 04. 2019

하루의 취향

기대고 싶은 문장, 의외의 순간, 어떤 기억이 쌓여 만드는 하루 

#1.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좋은 선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느낌.

오늘 가장 먼저 찾은 문장은 바로 이 문장!


그러니까 내 삶을 내가 더 살고 싶은 방향으로 이끄는 연습. 에너지를 좀 더 간추려서 내가 좋아하는 쪽에 쓰는 연습. 그러니까 나를 배려하는 연습. 
                                                                                               <하루의 취향> 중에서


#2.

휴일, 

회사 밖의 나를 돌보고 만나는 시간.

회사 밖의 내가 회사 안의 나를 다독이는 시간.

on/off 모드가 정확해야 둘 다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3.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주말 오전 아이들과 나와서 커피도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을 보며 나도 같이 행복해졌다.

경제적인 안정, 시간이 주는 여유가 큰 걸까 하고 생각하던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앉아 있던 아이는 지체 장애가 있었다.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걸음걸이가 온전치 않았다.

가족이 떠나고 그들이 있던 자리에 시선이 머물렀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우울하고 어두울 거란 단편적인 생각.

시간이 주는 여유, 돈이 주는 안정감이 행복을 이루는 기둥이 될 거란 단편적인 생각.

행복을 느끼는 조건은 너무 다양한데 또 그 다양함을 놓치고 있었다.

어쩌면 돈과 시간으로 누릴 수 있는 단순한 행복에 너무 길들여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배달 음식으로 가볍게 한 끼를 때우듯, 그렇게 행복을 돈과 시간으로 때우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4. 

"아직 우리 동네 붕어빵 안 먹어봤잖아."


지난해 겨울 간만에 본가에 내려갔다.

동생은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절대 먼저 말을 하지 않는 무뚝뚝한 녀석이다.

그런 아이가 같이 길을 걷다 붕어빵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은 붕어빵 아저씨가 안 나왔네."

"왜? 붕어빵 먹고 싶어?"

"아니, 누나. 아직 우리 동네 붕어빵 안 먹어봤잖아."


안 그럴 것 같은 녀석이.

무심한 것 같은 녀석이.

'붕어빵'만 와구와구 먹었을 것 같은 녀석이.

그런 녀석이 붕어빵을 먹으며 나를 생각했던 것 같다.


무심했던 건 나였다.

동생은 동생 나름대로 '누나'라는 존재에 마음을 쓰고 있었는데.

나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붕어빵 사건 후로는 동생의 말 없는, 티 안 나는 행동에 촉을 세우게 됐다.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이 녀석은 어떻게 마음을 보여주고 있나.


#5. 

새 신은 늘 아프다.

지금은 슬리퍼를 신는 것처럼 편한 구두도 처음에는 발 뒤꿈치가 뻘겋게 까졌었다.

발 뒤꿈치가 까지는게 새 신을 신는 통과의례가 될 때도 있지만

신어도, 신어도 계속 아프다면 사이즈를 살펴봐야 한다.

한 치수 작은 구두는 아닌지.

발을 욱여넣고 걷느라 구두는 구두대로 망가지고 발은 발대로 망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6.

"낮잠도 좀 자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엄마에게 나는 아직까지 낮잠을 챙겨야 하는 성장기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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