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순, 동생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동생의 첫 출근날, 우리 가족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동생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일하는 내내 동생의 하루를 상상했다. 누나지만 그 순간은 마치 엄마보다 더 엄마처럼 동생의 하루가 궁금했다. 텃세를 부리는 사람은 없었는지, 사수는 어떤 사람인지 등 궁금한 것이 수백 가지는 더 됐다. 누나인 나도 이렇게 궁금하고 초조한 게 많은데, 어기의 엄마는 오죽할까. 엄마는 어기의 학교 첫날이 궁금해 저녁을 먹으며 넌지시 물어본다. 하지만 어기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좋았다며 대충 대답하지만, 목소리와 표정은 대답과 반대다.
사실은 어기는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르다. 안면 기형 장애를 갖고 태어난 어기는 27번의 수술 끝에 지금의 얼굴을 갖게 됐다.
엄마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어기의 등교 첫날은 불친절한 것들 투성이었다. 교실에서도, 식당에서도, 체육관에서도 친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어른이 개입할 수는 없다. 어기의 부모도 이미 자신들의 손을 벗어난 영역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도움을 줄 순 있지만 해결해줄 순 없는 영역이다. 어기가 부딪히며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 바라보는 사람도, 부딪히는 당사자도 아프기는 매 한 가지. 어기는 그렇게 맷집을 키우며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어기는 주 특기인 과학을 이용해 친구를 사귄다. 편법이 있긴 했지만! 친구를 만난 어기는 그제야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 어기로 돌아간다. 잭과 함께 게임도 하고, 칼싸움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으며 누구보다 즐거운 학교 생활을 보낸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어기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어기는 인생 최대 충격에 빠진다. 자신의 전부라 생각했던 친구가 실은 친구가 아니었다니! 누나는 어기의 마음을 풀어 주려하지만 어기에게는 누나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날이 선 어기는 되레 누나에게 화를 내며 자신의 슬픔은 누나의 슬픔과 비교가 안된다고 쏘아붙인다. 어기의 누나는 담담하게 말한다.
원래 세상은 거지 같고 사람은 변해.
어기의 누나 '비아'는 어기의 생각을 깨트린다. 어기는 자신의 흉한 얼굴 때문에 배신을 당한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비아의 생각은 다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자신도 겪고 있다고 고백한다. 비아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 '미란다'가 있다. 그런데 단짝 미란다가 캠프를 다녀온 후부터 이상해졌다. 비아의 연락을 받지도 않고 학교에서 마주쳐도 먼저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비아는 이유도 모른 채 미란다에게 차단당했다. 어기는 놀란다. 미란다는 어기에게 친누나와 다름없었다. 어기가 가장 아끼는 우주인 헬맷을 선물해 준 것도 미란다였다. 그런 미란다가 이제 비아를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니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장애가 없는 누나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누나와 이야기를 하며 깨닫는다. 얼굴 때문에 벌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 어기는 누나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간다.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세상과 사람을 해석하려던 어기의 관점에 균열이 생겼다.
관점에 균열이 생기는 건 어기뿐만이 아니다. 어기의 친구였던 잭, 누나 비아, 비아의 친구 미란다 등 자신을 바라보는 틀이 조금씩 바뀐다. 이들은 시야를 바꾸면서 관계를 회복하고 이전보다 더 단단한 사이가 된다.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관점'을 말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개선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관점을 넓혀보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어기는 괴물, 만지면 전염병을 옮는 아이였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지만 아이들은 그 소문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써머가 어기와 친구가 되자, 그 소문은 가짜가 됐다. 어기의 누나 비아는 자신이 주연을 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주연인 미란다 대신 무대에 올라 멋지게 공연을 했다. 영화는 어기와 어기의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점이 바뀌면서 어떻게 관계가 변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관점을 잠깐 꺼내봤다. 조금 다른 시야로 생각하고 바라봤다면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일과 사람이 보였다. 조금 아쉽고 후회되기도 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한 번 겪었던 상황은 늘 어디에서 비슷하게 반복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좀 더 다른 관점으로 사람과 상황을 바라볼 것이다. 그렇게 또 하나를 배워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