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최상위 0.1% 엄마의 사랑과 욕심사이

대한민국 최상위층 엄마들의 숨 막히는 입시 드라마

by 수박 언니

'이재용 립밤'이 실검에 올랐던 적이 있다. 2016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잠깐씩 꺼내 바르던 립밤이 화제가 되면서 실검 올랐다. 그리고 립밤은 완판 됐다. 대한민국 최상류 층을 곱게 보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이중적인 마음은 뭘까. 사람은 저마다의 욕망이 있다. 종류도, 크기도 다양하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내재된 욕망은 비슷한 것 같다. 돈, 명예, 권력 등 남들과 비교했을 때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다. 이 드라마의 엄마들은 이런 욕심에 굉장히 충실한 사람들이다. 갖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갖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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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캐슬에는 남다른 욕망을 가진 사모님들이 있다. 뭐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사모님들이지만, 자식 문제만큼은 그렇지 않다. 엄마들의 목표는 하나다. 내 자식 서울대 의대 보내기! 이유는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기에 이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뭉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그중 가장 강력한 욕망을 가진 인물은 '서진'이다. 서진은 '첫 딸 예서를 통해 의사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가문의 미션(?)을 등에 업고 동분서주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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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를 보낸 영재 엄마에게 합격 포트폴리오를 받으려고 합격 축하파티까지 열었건만 돌아온 대답은 '포트폴리오 비공개'였다. 서진은 뒤통수가 뻐근해지는 대답을 듣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영재 엄마는 그 대신 비법 정도는 오픈하겠다며 다시 서진의 마음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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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합격의 숨은 공신은 입시 코디네이터였다. 일 년에 딱 2명만 관리하는 입시 코디네이터는 100% 합격률을 보장했다. 서진과 함께 영재 엄마의 포트폴리오에 눈독을 들이던 '승혜'도 영재의 입시 코디네이터를 잡기 위해 서진의 뒤를 바짝 따라붙는다.


입시 코디네이터가 누구인지 알았다고 끝난 건 아니다. 입시 코디네이터의 깐깐한 면접에 통과해야 한다. '돈 많이 드릴게요, 우리 애 잘 부탁드릴게요'로 얻을 수 있는 입시 선생이 아니다. 아이의 성적, 부모의 직업, 교육방식 등 모든 것을 입시에 올인하고 자신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학생만 받는 것이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의 철칙이다.


김주영 선생의 깐깐한 질문에 엄마들은 숨이 넘어간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선생이라 더 애간장이 타는데! 행운의 주인공은 예서 엄마 '서진'. 서진의 마음은 이미 서울대 교문 앞까지 가 있다. 김주영 선생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딸 예서가 큰 문제없이 잘 따라와 주기만 한다면 서울대 의대는 무난하게 들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주영 선생에 대한 기대감은 분노로 바뀐다.



서진은 영재의 아이패드를 보고 그간 영재네 집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된다. 영재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김주영 선생과 연관이 있었다. 그녀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모를 향한 영재의 분노를 이용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서진은 김주영 선생의 뺨을 후려치며 선생이 아닌 살인교사범이라며 영재 엄마의 죽음에 책임을 묻는다. 분노한 서진과 달리 김주영 선생은 입시 코디네이터가 가족문제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며 차분히 항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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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은 이미 끝을 알고 있다. 김주영 선생에게 예서를 맡기면 서울대 의대는 보낼 수 있지만, 불행이 따라올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서진은 '중간고사'라는 눈 앞의 불을 끄기 위해 다시 김주영 선생을 찾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다. 자신에게 영재 가족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다 받아들이겠다며 다시 예서를 맡아달라고 한다. 김주영 선생은 순순히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는 서진의 눈물겨운 다짐을 받아내고 나서야 서진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서진은 왜 이렇게 서울대 의대에 집착할까. 서진의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로 인정받지 못한다. 아들을 낳아 의사 가문을 잇길 원했던 시어머니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시장에서 허름한 정육점을 하는 술주정뱅이의 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했다. 시어머니에게 서진은 '우리 집 대문에 발 붙일 수도 없는 사람'일뿐이다.


서진은 상류사회를 동경한다. 겉으로 보기엔 이미 상류 사회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문에 발 한 짝 걸쳐놓은 것일 뿐이다. 대문을 넘기 위해 필요한 건 딸 예서의 서울대 의대 합격증이다. 정말 예서가 서울대 의대만 들어가면 모든 게 해피엔딩일까.


엄마 서진은 딸 예서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예서는 이기주의의 끝판왕이다. 질문하는 친구를 '븅신'이라고 무안을 주고, 독서 토론 모임에서는 자신만 주목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태도 때문에 아무도 예서와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예서를 질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둘째 딸 예빈이다. 예빈이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도 혼내지 않는다. 편의점 주인에게 돈을 주고 예빈이의 도둑질을 눈감아 달라고 한다. 서진은 예빈의 도벽이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필요악이자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고 성적이 오른다면 그걸로 된 거다. 스카이 캐슬의 새 이웃이자 고등학교 동창 수임이 서진의 교육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서진은 이렇게 말한다.


적어도 나만큼은 살게 해주고 싶다고.


서진이 서울대 의대에 목숨 걸고 덤비는걸 '욕심이자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다.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 상류사회에 속하고 욕심. 하지만 저 대사를 듣고 욕심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자식한테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 어떤 엄마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죽어라 공부를 시키기도 하고, 어떤 엄마는 나만큼은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공부를 시킨다.


서진의 집착에는 욕망과 사랑이 뒤엉켜있다. 다만 사랑의 방향과 방법이 잘못됐을 뿐. 서진은 서울대 의대 합격증이 자신을 위해서도, 딸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원하는 것을 얻겠지만, 그걸 빼고 모든 걸 잃어버릴 수도 있다. 걱정과 달리 아무것도 잃지 않을 수 있지만 예서 또한 얻은 것을 지키기 위해 서진과 같은 삶을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행복의 가치관도 삶의 방식도 다르기에 어떤 게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잘 산다'기준이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맞춰져 있다면 좀 피곤하지 않을까. 차교수의 피라미드 이론에 따르면 아래에 있으면 눌리는 삶이고 꼭대기에 있으면 누리는 삶이라고 한다. 피라미드론에 질린 아들 기준이는 차교수가 극진히 모시는 피라미드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왜 피라미드야. 지구는 둥근데 왜 피라미드냐고!"


둥근 세상에서는 남을 밟을 일도, 밟힐 일도 없다. 어떤 모양의 세상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나와 남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몇 해 전부터 '갑질'이 이슈가 됐다. 늘 존재하던 갑질이 이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건, 피라미드보다 동그라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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